씨티은행이 2022년 2월 15일을 기하여 모든 상품 신규 가입을 중단함에 따라, 단계적 철수 위한 기존 고객 관리 기능만 남게 되었네요. 2021년 4월 씨티은행 본사가 전세계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 사업을 정리한다고 했을 때에는 다른 금융사가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금융 시장 판도 변화로 본인 앞가림도 힘든 시국에 다른 은행을 떠안는 모험을 하고 싶었던 곳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한 때는 카드사만 분리 매각한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결국 작년 10월, 씨티은행 측은 매각 없이 단계적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최종적으로는 2013년 소매금융 사업에서 철수했던 한국 HSBC처럼 법적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지점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어머니께서 한국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 시절부터 거래를 트고 계셔서-아직도 씨티은행이 아닌 한미은행 방식으로 발행된 계좌번호를 가지고 계심-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던 금융사입니다. 입출금 계좌에 자동이체도 엮여 있어 다른 은행 계좌로 바꿔야 하는데, 처음 철수 소식이 나왔을 때 은행이 내일 당장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설명드리니 '그러면 급할 게 있나'하며 방치하고 계십니다.
여기서 사족-요즘은 TMI라고 해야 할까요?-을 하나 달자면, 한미은행이라는 이름은 한국 자본과 미국 자본-뱅크 오브 아메리카-이 반반씩 기여해 설립하였음을 상징하는 명칭이었다고 합니다(영어로는 KorAm Bank로 표기).
2017년 온라인과 고액사용자에 집중한다는 명목으로 지점 수를 큰 폭으로 줄이기 전에도 씨티은행은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은행사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여행자나 유학생 사이에는 씨티은행 국제현금카드로 수수료 없이 해외에서 현지 통화를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 인기가 있었죠. 예전 이야기입니다만 근처에 대학교가 많은 서울 서교동지점 씨티은행(현 머큐어앰배서더 홍대 부지)에는 입구부터 국제현금카드 발급 관련 안내를 상세하게 써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2008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에는 정말 수수료 없이 현지 통화로 인출이 되는지 궁금해 일부러 씨티은행 ATM을 찾아가 엔화 1만엔을 인출했던 일도 떠오릅니다. 참고로 일본 씨티은행은 2014년 철수했는데, 한국과 달리 소매 업무를 현지 은행에 이관하였습니다.
지난 달 씨티 체크카드 재발급 신청을 했는데, 씨티도 재발급 시에는 유효기간 5년을 꽉 채워주지 않는지 애매한 기간으로 발급되었네요. pic.twitter.com/sbeElN9BBQ
— Paranal (@nagato708) January 6, 2022
오늘부터 씨티은행은 신규 가입이 중단되어 ‘유지관리’ 기능만 남게 되었군요. 사진은 전국적으로 지점이 적어 실물로 보기 힘든 씨티은행 로고가 박힌 고객용 봉투. pic.twitter.com/akjtQHSF4u
— Paranal (@nagato708) February 15, 2022
은행 신규 업무 중단이라는 주제로 굳이 글까지 쓰게 된 이유는, 무슨 꿍꿍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높았던 정기예금 금리(연 2.5%) 때문에 마지막 신규 업무일인 2월 14일자로 예금 계좌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금자보호법이 보장하는 예금 상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