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애플 행사 이후 이전까지는 Pro Display XDR 나노 디스플레이 청소용 소모품으로 판매했던 광택용 천이 애플 온라인 스토어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공식 보도자료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변경이었지만 "충격! 애플의 가장 호환성 좋은 제품" 이라는 자극적 헤드라인과 함께 알음알음 소문이 나더니 이제는 8~10주 후에나 받아볼 수 있는 '인기 상품'이 되었습니다(천만원짜리 디스플레이 서비스 용을 상정하고 소량 비축해 둔 재고를 전 세계 유튜버가 구입하는 바람에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게 사실에 가깝겠지만요).
펼치면 약 15.5cm 정방형입니다. pic.twitter.com/r8dJ370ANA
— 푸른곰 (@purengom) October 26, 2021
전술한 해프닝은 차치하고서라도 손가락으로 사용하는 기기 특성 상 iPhone 등은 언제나 지문으로 지저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시지프스의 저주에 속박되기를 거부하고 지문을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너무 더러울 때에만 면 티셔츠에 대충 슥슥 문지르는 정도로 만족하기도 하고요(부끄럽지만 저도 솔직히 인정할만한 횟수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언제 어디서 구했는지도 기억 저편으로 잊혀진 안경닦이(가끔씩 중성세제로 세탁하는)를 주요 활동 장소에 비치해 생각날 때마다 디스플레이를 닦아 주고, 지문 오염이 심할 때에는 이소프로필 알코올과 물을 1:1로 적셔 둔 렌즈 와이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토레이씨 안경닦이가 성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안경도 끼지 않는 사람이 무슨 안경닦이를 돈 주고 사겠나 싶어 구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애플 2만 5천원짜리 광택용 천을 보니 '못 살 건 또 뭐람?' 싶더군요. 그래서 (배송비 제외) 6천원정도인 소형(19cm) 제품을 정식 유통사를 통해 구입했습니다.
처음 포장을 뜯고 도레이씨를 집어들었을 때의 인상은 "이게 안경닦이가 맞나?"였습니다. 안경닦이, 혹은 극세사천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빽빽하지만 부드러운 촉감 대신 비유하자면 바스락거리는 방수 자켓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감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한지 유통처에서 넣어주는 한국어 북클릿 FAQ에도 "바스락거리고 종이 같아서 흠집이 날 것 같아요" 항목이 있더군요. 답변을 인용하자면 특유의 촉감은 통상적인 초극세사보다 더 얇은 직물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여타 직물 대비 더러운 유리 표면을 더 잘 닦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금 갸웃하며 인증샷을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닦아 보았는데, 그 시점에서는 위에 인용한 북클릿 FAQ를 읽지 않았지만 재질에 대한 의심은 눈 녹은 듯 사라졌습니다. 테스트를 위해 일부러 더럽히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인 지저분함이 묻어 있던 iPhone 디스플레이가 몇 번 문지르자 렌즈 와이프로 정성스럽게 닦아낸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깨끗해졌기 때문입니다.
쓱싹 문지르면 눈에 거슬리는 지문 흔적과 작은 먼지가 깨끗하게 닦여 나가는 데 재미가 붙어 스마트폰을 처음 샀을 때보다 더 빈번하게 화면을 닦고 있습니다. 북클릿에 따르면 도레이씨 한 장이 평범한 안경닦이 100장 이상을 대체할 있다며 세탁을 통한 재사용 가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중장기적으로 사용해 보아야 알 수 있겠지요.
민감한 표면 닦는 천으로 유명한 도레이씨 마이크로파이버 구입. 첫 느낌은 안경닦이보다는 방수자켓에 가까운 생경한 촉감. 한국어 북클릿에도 해당 FAQ가 있는 걸 보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모양. pic.twitter.com/pCstoC7rdK
— Paranal (@nagato708) November 9, 2021
다만 1천원 추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대형(24cm) 제품으로 샀어야 했나라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안경이나 스마트폰 면적까지는 19cm로도 문제가 없지만, 소형 천으로 iPad를 닦으려 하면 완전히 펴서 손바닥을 붙이듯이 문질러도 작은 표면적으로 쓸 때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더군요. 기계 대신 손으로 자동차 광택 내던 사람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