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부터 본가 인터넷을 사용할 때 간간이 계약된 것보다 많은 PC를 사용하고 있으며 추가단말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는 에러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TLS 연결 페이지에 들어가거나, 계속 새로고침하면 구렁이 담 넘듯 사라져 견디고 지냈는데, 어느 날은 대체 무슨 속셈인가 싶어 KT 대표번호(100번)로 문의해 봤습니다.
KT 유선 인터넷에서 다수 PC 사용이 포착되었다는 경고창을 지속적으로 띄워 참다 못해 고객센터 문의. 상담원에 따르면 전산에 PC 6대가 잡혀있다고(아무래도 VM 접속분까지 센 모양). 수동으로 플래그 없애줄 수는 있지만,대수 제한 초과하면 언제든 다시 뜰 수 있다는 입장.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une 16, 2021
인용 트윗에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시 상담원이 10일 유예를 적용했다고 했는데, 12일 뒤인 6월 29일부터 다시 경고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대표번호가 아닌 해당 안내 페이지에 있는 전담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는데, 처음 경고 메시지가 뜬 뒤 관련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가정 사용임을 어필하면 상담사 직권으로 1년 유예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언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실제 차단이 된 경우는 아니다. 그러나 PC접속대수 시스템에 의해 인터넷 사용에 장애가 있어서 “PC접속대수 장애 안내 페이지”의 고객센터로 전화하였다. [중략] 상담사 말로는 최대 1년동안 이 페이지가 안나오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1년동안 페이지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 받았다.
- "KT PC대수 제한 경험기(?) – 웹소켓 장애 체험기"에서 인용
KT 유선인터넷 계약단말 초과 메시지가 다시 올라와서 이번에는 해당 페이지에 기재된 번호로 문의. 전담 고객센터에서는 1년 유예를 걸어준다는 글도 읽었는데, 제가 연결한 상담사는 규정에 충실한건지 20일 유예기간 후에도 플래그 올라가면 부가서비스 가입하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pic.twitter.com/Lu8y14TnqC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une 29, 2021
하지만 그 사이 감염병으로 인한 트래픽 증가로 정책 변화가 있었는지 소형 사무실이 아닌 가정 사용임을 여러 번 어필했음에도 앞으로 제한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로 20일 유예 제공할 수 있고, 선제조건에 따라 다음에 사용 대수 초과로 플래그가 적용되면 유예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어떤 주장을 해도 규정집만 다시 읽어주려는 상담원의 답변에 어쩔 도리가 없어 그러면 당신이 가능하다는 그 유예라도 달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번에도 유예기간이 끝나니 칼같이 경고문이 뜨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iPad가 첫 타자. KT 고객센터 주장으로는 ‘PC’만 센다고 했으니 애플의 마케팅을 꽤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s pic.twitter.com/V8cZZMXHV2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uly 19, 2021
마지막 통화가 있은 지 20일이 지나고 다음 영업일인 7월 19일부터 다시 에러 메시지가 뜨기 시작하더군요. 재밌게도 이번에는 iPad에서 처음 해당 에러를 접했는데, user-agent 때문에 iPad가 아니라 맥으로 생각하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전문 상담센터에 문의해보니 패드류의 경우 경우에 따라 메시지가 뜰 수는 있지만 규정에 따라 기기 카운팅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하더군요. 그 외에는 기존 상담과 동일하게 규정이 그러하므로 추가 PC 서비스를 가입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참고로 iPad에서 경고창은 글 작성 시점에서는 더 이상 뜨지 않습니다.)
이후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더 해 봤지만 정작 상담원은 '불가능'하다는 신기루같은 1년 유예를 받았다는 주장만 있을 뿐 그 방법을 속 시원하게 설명한 글은 없었습니다. 짐작건대 회선 해지하겠다고 하면 부랴부랴 전화통이 불이 나도록 연락하는 속칭 해지전담팀과 면담해야 열리는 비밀 문이 아닐까 싶은데, 본가 회선이다보니 제 명의도 아니어서 힘이 실리지 않는데다 이 날씨에 그런 비밀의 문 찾기 놀이하고 싶은 기분도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선택지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구글 검색 상위권에 있는 일부 커뮤니티 글에서는 특정 년도 이전에 가입한 회선은 추가단말서비스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해당 약관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한 뒤 KT 관련 부서에 질의한 결과, 해당 조문은 개정 이전에 가입한 회선의 추가단말서비스 가입할 수 있는 단말 제한이 없다는 것이지(현재는 3대까지만 확장 가능) 해당 서비스 자체 적용 여부와는 관계 없다고 답변 받았습니다.
KT 상담원과 가상의 '머리채 잡기'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니 남은 선택지는 순순히 서비스 가입 혹은 우회 뿐입니다. 후자의 경우, 이 또한 구글에서 해당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상위권에 나타나는 위키나 커뮤니티 덧글과는 달리 SNI 도/감청 회피를 위한 도구(GoodByeDPI 등)로는 경고창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이런저런 글을 읽고 구글 검색을 넘기다 "KT 스파이 막기"라는 브라우저 확장을 발견했습니다. (크롬/파이어폭스) 설치하고 옵션에서 경고창을 띄우는 IP 주소를 입력하면 다른 설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확장 이름으로 검색해도 관련 게시물 하나 없이 브라우저 확장만 올라와 있어-검색해보니 해당 프로젝트를 올려놓은 깃헙 저장소는 있더군요-'이게 되나?' 싶었지만 실제로 제한이 적용된 PC에서 활성화해보니 TLS가 없어 경고 사이트로 하이재킹되어야 할 페이지도 정상적으로 접속되더군요.
(제 이해 범위를 벗어나지만) KT의 MITM 수법을 분석해 간략히 설명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이용해 원래 주소를 뱉어내도록 하는 유저스크립트도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담으로 사실 이 난리통을 겪는 어느 시점에서는 1회선 2PC 약관이 정당한가 이전에 사기업이 무단으로 개인 회선 트래픽을 열어봐 사용 기기 개수를 수집하고 기록해 두는 게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상급기관에 민원을 넣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ISP에 도감청을 '요청'하는 게 자연스러운 시스템에서 그런 주장이 얼마나 씨알이 먹힐까 싶어서 결국 시도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100만 유튜버쯤 되면 통신사 문제 제기 영상으로 회사 과징금까지 이끌어낼 수도 있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