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조립한 데스크톱에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가 WD 1TB 하드디스크입니다(나머지는 HL-DT-ST 블루레이 ODD와 삼성 24" 모니터). HDD는 초기불량을 피하면 제 수명을 다한다는 말처럼 12년 째 사용하고 있지만 불길한 플래터 치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꿋꿋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디스크 정보 프로그램으로 확인해보니 실 가동 시간은 30871시간(약 3년 반)이네요.
하지만 SSD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10년이 넘은 HDD가 언제라도 고장날 수 있다는 불안도 있어 대용량 아카이브 자료는 외장 하드디스크로 옮기고 본체에는 SSD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0일부터 시작한 빅스마일데이에 마이크론 MX500가 직구 가격 수준-10만원 대 초반-으로 풀렸다는 글을 보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구입했습니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업그레이드 유혹으로 M.2 SSD 가격대를 알아보다 메인보드 호환 여부 및 장착 방법, 고정용 나사 수색까지 예상도 하지 못한 '토끼굴 탐험'을 했습니다. 문제의 나사는 매각가치 없는 부품 모아놓은 현 메인보드 상자에 밀봉되어 있더군요.
— 나가토 유키 (@nagato708) May 1, 2021
같은 용량의 샌디스크 NVMe 제품도 비슷한 가격대였지만, 이 쪽은 이전 타 행사에서 9만원대까지 내려간 전적이 있는데다 디램리스 때문에 평가가 엇갈리더군요. 그래서 몇 천원이라도 싼 SATA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제품은 주문한 지 하루만에 도착했습니다. 본품 상자는 커다란 택배 상자와 충격 방지용 '뽁뽁이'가 민망할정도의 크기더군요. 제품과 함께 들어있는 종이는 픽토그램으로 표현한 장착 방법이겠거니하며 펼처보니 각국 언어로 홈페이지 주소를 써 놨더군요. 차라리 URL이 담긴 QR 코드를 인쇄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담으로 함께 들어있는 SSD 크기의 플라스틱 지지대 용도가 궁금해-바깥 상자에도 구성품에 대한 설명은 없더군요-안내장에 써 있는 페이지에서 설명서를 찾아봤더니, 노트북에 사용할 경우 높이가 맞지 않을 때 붙이는 용도더군요.
일단 케이스에 부착하지 않은 채로 여분의 SATA 케이블을 찾아 연결하고 UFEI로 들어가 보니 잘 인식하더군요. 바로 윈도우로 부팅해 파티션을 잡아주고 1TB 하드디스크에 있던 600GB 상당의 파일을 복사하는 데에 2시간이 걸렸습니다.
자료를 옮긴 뒤 기존 HDD를 탈거하고 SSD를 케이스에 부착하는 일이 큰 난관이었습니다. 컴퓨터 조립에 관한 지식은 필요할 때에 벼락치기로 학습하고 그 이후에는 시험이 끝난 학생처럼 싹 잊어버리기 때문에 몇 년 전의 내가 왜 SATA 전원 선을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연결했는지는 이제 와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냥 빈 자리에 블루택으로 적당히 붙여 버리고싶은 유혹도 있었지만 SATA 관련 전원을 여러 번 탈거하고 위치를 바꿔 가며 문제를 수습했습니다. 그 결과 이전에도 무질서했던 본체 내부 선 배치는 더욱 혼란해졌지만, '케이스가 닫히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선을 그으며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렇게 HDD를 제거하고 처음 시스템을 부팅할 때의 첫 인상은 체감할 수 있을만큼 소음이 줄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데이터 보관용이어서 항상 억세스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반응성 때문에 대기 모드를 비활성해 기본적으로 공진을 포함한 HDD로 인한 소음이 깔려 있었던 거겠죠. 들어갈 때마다 HDD를 요란하게 긁어대 열어보기 무서웠던 작은 이미지 파일이 많은 폴더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열리는군요.
개인 사용자에게 딱히 의미는 없지만 저장장치 관련 글을 쓰면서 없으면 허전한 DiskMark 수치 캡처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