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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네스프레소 에센자 미니 D30 단평

두어 해 전 캡슐 커피 머신(돌체구스토 피콜로)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뭘 이런 걸..." 하며 함께 선물 받은 캡슐을 다 마신 뒤에는 부엌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는데, 작년 감염병으로 인해 커피숍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사용빈도가 늘었습니다. 조금 부족한 커피 맛은 캡슐 종류를 바꾸고 기대치를 낮추는 등으로 적응했지만, 커피 내리는 양 조절을 수동으로 하는 건 귀찮음이 사용량에 정비례하더군요. 알고 보니 돌체구스토 머신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이어서 조작이 유일하게 수동식이었습니다.

결국 번거로움을 참다 못해 머신 교체를 위한 사전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초에는 같은 회사의 상급기를 고려했지만, 네스프레소 쪽이 호환 캡슐 종류가 많고 (적어도 캡슐 커피 중에서는) 커피 맛이 괜찮다는 의견을 보고 네스프레소 머신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네스프레소 초기 버전 캡슐은 이미 특허가 풀려 캡슐은 물론 머신조차 호환 제품이 나왔지만 그래도 머신은 정식 채널로 사야겠다 싶어 가장 저렴한 에센자 미니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참고로 네스프레소 머신의 추출 시스템 자체는 모두 동일하지만, 크기나 디자인 등으로 제품 차별화를 달성한다고 합니다.

사전 조사는 약 1주일 간 진행하었지만 오픈마켓에서 에센자 미니 D30 머신을 결제하고 받아보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했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돌체구스토 머신과 비교하면 높이는 낮고 너비가 길어졌는데, 부엌 같은 자리에 놓아보니 면적이 비슷해서인지 생각만큼 큰 차이는 나지 않더군요.

사용 설명서 PDF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URL이 담긴 QR코드 종이 대신 여러 언어로 된 책자와 컬러 홍보 전단이 들어있는 데 놀라며 이를 훑어보다 홈페이지에 제품 등록 후 주문할 수 있는 웰컴 오퍼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관련 글을 찾아보니 150개 캡슐 자체는 사실상 정가이지만 함께 제공하는 사은품 뷰 큐브(41,000원 상당)를 '혜택'으로 평가하더군요. 오퍼에는 '베스트셀러'와 '커피트레블' 두 종류가 있는데, 전자는 가향 캡슐 두 줄(20개)이 포함되어 있고 후자는 이름에 맞게 100% 커피 캡슐만 제공합니다. 잠깐 고민하다 가격도 몇 천 원 저렴하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향 캡슐을 구입할까 싶어 베스트셀러 세트로 주문했습니다.

절차에 따라 제품을 등록하고 주문을 넣는 과정은 수월했습니다. 외국 사이트 특유의 불친절한 안내로 주문이 제대로 접수되었는지 긴가민가하기도 있지만, 웰컴 오퍼도 주문한 지 하루만에 도착하였습니다. 베스트셀러 커피캡슐과 뷰 큐브가 더 큰 상자 하나에 담겨 도착했는데, 분리수거를 위해 송장을 떼며 확인해 보니 보낸이가 경기도 평택에 있는 CJ대한통운 창고로 되어 있더군요. 온라인 도서 판매처럼 택배사로 인계하는 시간을 줄여 배송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함이겠지요.

커피 캡슐을 담고 있는 상자 안쪽에는 패키지에 포함된 캡슐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습니다. 처음에는 첨부한 사진처럼 잘 기울여서 읽고 다시 패키지 상자에 씌워 뒀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상자를 한 바퀴 돌리다보니 뜯어서 읽을 수 있도록 절취선이 있더군요.

사은품인 뷰 큐브는 '아크릴 상자가 별 것 있겠어?'하며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석함처럼 위아래를 맞춘 상자가 열리는 걸 보고는 너무 과한 포장이 아닌가 생각하기는 했지만요.

설명을 읽고 괜찮아 보이는 캡슐 세 줄(30개)을 개봉해 통에 채웠더니 2/3 정도를 차지하네요. 다만 직접 기기 옆에 두고 사용해보니 예쁜 육각형 모양을 희생하더라도 손잡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시 머신 이야기로 돌아가면, 패키지에 주요 캡슐이 1개씩 총 14종 들어 있는 웰컴 캡슐-머신 개봉 사진에서 본체 옆에 놓은 Nespresso라고 써 있는 상자-이 있습니다. 그래서 웰컴 오퍼 수령을 기다리는 동안 머신이 검정색 오브제가 되는 상황은 피했습니다.

설명서에 안내된대로 물을 채우고 기기 세척을 한 뒤 첫 캡슐을 넣고 커피를 내렸습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추가 조작 없이 40ml 에스프레소 한 잔을 준비해 준다는 게 이렇게까지 편리한 일이었구나, 하며 감동했습니다. 캡슐 제거는 상단 레버를 직접 움직여줘야 하고 캡슐 보관함도 비워야 하지만, 예전 제품은 캡슐 보관함조차 없어 여러 잔을 뽑으려면 바로 기존 캡슐을 직접 정리해야 했던 데 비하면 훨씬 손이 덜 가죠. 소형 기기여서 캡슐 보관 공간도 작은 편이지만(5~6개 정도가 한계로 보여), 하루에 한 번 마무리 루틴으로 비운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불편한 건 아닙니다.

에스프레소 잔부터 200ml 대의 소형 잔까지는 기본 상태에서도 토출구 밑에 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머그하면 떠오르는 300ml 대 제품이라면 밑의 받침대를 제거해야 합니다. 구조 상 탈부착이 쉽기 때문에 큰 불편사항은 아닙니다만, 부품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머그컵 추출 후에는 홀더를 제자리에 놓는 습관을 처음부터 확실히 들여야겠습니다.

소음은 기존 타사 제품과 대동소이한데, 이는 기기 특성 상 방음/방진재를 채우지 않는 이상 불가피한 일입니다. 다만 예전 제품은 자체 떨림을 잡지 못해서인지 에스프레소 컵이 제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가 간간이 있었는데, 네스프레소 제품은 (사흘 간의 제한적인 데이터이지만) 그런 추가 진동은 없더군요. 무게도 사실상 같은데-네스프레소 2.3kg, 돌체구스토 2.4kg-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건 본체 형태의 차이로 인해 접지가 잘 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볼 따름입니다.

돌체구스토 캡슐(좌)과 비교하면 네스프레소 쪽이 크기가 눈에 띄게 작습니다. 하지만 캡슐 무게를 비교해보면 재질 차이(플라스틱/알루미늄)로 인해서인지 오히려 네스프레소 쪽이 조금이지만 더 무겁습니다(5g/5.18g). 커피 가루 양 자료는 잠깐의 검색으로는 찾지 못했는데, 둘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네스프레소 캡슐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제품명 읽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비닐 위에 총천연색으로 캡슐 정보를 선명하게 인쇄한 돌체구스토와 달리 네스프레소는 알루미늄 껍데기에 양각으로 제품명을 표기해 조명에 잘 비추어가며 읽어야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슐 색깔을 보여주는 걸 보면 해당 색으로 제품을 구분하라는 의도인 걸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추출할 때마다 캡슐 특성을 찾아봐야 하는 초심자로서는 아쉬운 부분.

네스프레소 선회 이유 중 하나인 캡슐 맛 차이에 대해서는 아직 베스트셀러 패키지는커녕 머신에 동봉된 샘플 세트조차 다 마셔보지 못했기에 평가하기에는 이릅니다. 매 번 다른 캡슐을 마셔보고 있는데 지금까는 유달리 실망스러운 게 없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제삼자 호환 캡슐도 평가가 좋은 편인데,일단 웰컴 오퍼로 정품 라인업은 어떤지 입맛 베이스라인을 잡아놓고 다른 제품도 시도해 보아야겠습니다. (차후 글감이 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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