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A는 한 번도 대세가 된 적은 없지만 나름의 틈새시장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라진 수많은 제품 중 하나가 되었지만요. 물론 스마트폰의 대두 이전부터 PDA에 셀룰러 기능을 접합하려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결과물은 가장 좋은 쪽도 미묘해서 새 시대의 조류를 거스를만큼이 되지는 못했죠.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Palm PDA (2001년). pic.twitter.com/xvsAzR8fnS
— 나가토 유키 (@nagato708) March 28, 2016
디지털 카메라 덕분에 당시의 '기덕질' 현장 자료가 남아 있으니, 사진과 함께 기억나는 대로 몇 줄 주석을 달았습니다.
Palm IIIe (1999)
IMG_6090 by Butch Dalisay, on Flickr (CC BY-NC-ND 2.0)
디지털 카메라도 소유하기 전에 구입한 제품이라 실제품 사진은 남아있지 않아 다른 데에서 가져왔습니다.
PDA라는 제품군을 알게 해 준 제품이었죠. 저가형이어서 RAM은 2MB에 지나지 않았고 ROM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형태였습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용량 단위가 달랐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로는 조금 똑똑한 전자수첩 정도였죠.
Palm IIIc (2000)
사진 기록으로 남은 PDA 중 가장 먼저인 Palm IIIc('01~'02년경) 당시 휴대용 컬러 디스플레이는 색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을 정도로 발전할 길이 멀었죠. pic.twitter.com/qkaWuP6qEg
— 나가토 유키 (@nagato708) May 30, 2018
미국에서 구입한 IIIe와 달리 IIIc는 한국 정식 수입처를 통했습니다. 컬러 디스플레이 채용을 특징으로 내세웠는데 당시의 LCD 기술 한계상 눈이 고통스러웠고, 배터리는 빠르게 떨어졌죠. 하지만 이런 작은 기기에서 256색이 표현된다는 그 자체가 신기하던 시기였지요.
소니 PEG-T600C (2001)
소니가 Palm OS 기반 PDA를 2000~2005년에 만들었죠. 독자적으로 고해상도(320x320px) 대응을 하는 등 특이한 점이 많은 기기였죠. 사진은 T600C(2001), UX40(2003). https://t.co/alPcor6nfR pic.twitter.com/kSyYXeJ54a
— 나가토 유키 (@nagato708) March 7, 2019
소니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CLIE 브랜드로 Palm OS를 사용한 PDA를 제조했습니다. Palm이 정식으로 고해상도(320*320 픽셀)을 지원하기 전부터 자체 스펙으로 이를 도입하고, 마지막 기종에는 당시 초기 기술이었던 AMOLED를 사용하는 등 2000년대 소니의 실험적인 측면을 그대로 받아들였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일본 제품을 대행사를 통해 구입해 영어판 ROM을 덮어씌워서 사용했습니다. 한글 특성상 고해상도에서 얻는 이득이 컸기 때문에 iPhone 4의 '레티나' 해상도 도약만큼의 충격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유일하게 분실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제이텍 셀빅i (2003)
PDA가 니치 시장에서 유행할 때 제이텍 사에서 국산 PDA라는 기치를 내걸고 나왔던 게 셀빅 시리즈였죠. 처음부터 한국어를 고려한 제품이기 때문에 한글 비트맵 글꼴이 호평을 받아 이를 Palm OS에 포팅-사실상 1:1로 두고 새로 그린 셈이지만-하기도 했죠. 국내 개발자도 많지는 않았지만 몇 분 계셨고요. 이후 셀빅 XG나 mycube같은 경우에는 셀룰러 모듈과의 통합도 시도했지만 결국 시대의 조류를 넘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작은 크기가 셀링 포인트였는데, 막상 가장 작은 글씨로는 오래 읽을 수가 없어서 한 단계 키우면 글자가 몇 개 안 나오는 한계가 있었죠.
Palm Tungsten T3 (2003)
(몇 년 사이에 바뀐) 정식 수입처에서 구입했습니다. 텅스텐 시리즈는 Palm PDA에서 항상 고정된 자리를 차지하던 하단 입력부를 슬라이드 메커니즘으로 숨길 수 있도록 했는데, T3에서는 그 자리에 디스플레이를 넣었습니다. 그래서 당시로서는 드넓은 320x480 픽셀을 누릴 수 있게 되었죠. 조악하게나마 동영상을 변환해서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2004년 촬영한 PDA 모음. IBM 워크패드 c3는 팜 Vx OEM인데, 케이스가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이어서 플라스틱 재질과는 차별화됐던 기억이 나네요. pic.twitter.com/2fZoLzvwaP
— 나가토 유키 (@nagato708) October 17, 2016
Palm m100 (2000)
예전 PDA는 DRAM을 사용해 전력이 끊기면 데이터가 날아가는데, 건전지 교체 방식일 경우 데이터 유실 방지를 위한 백업 배터리가 있지만 항상 믿을 수는 없었죠. (사진은 Palm m100) pic.twitter.com/r8Z1ns7Ybz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une 24, 2017
중고로 잠깐 구입한 것이라 그렇게 오래 사용하지는 않았네요. 저가형 포지션으로 크래들을 단순 케이블로 갈음하는 등 원가 절감이 많이 되어 있는데, 기본 케이스에 뚫린 부분이 있어 간이 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었죠.
IBM workpad c3 (1999)
DSC_6391 by grbiking, on Flickr
IBM은 Palm Vx를 WorkPad로 리브랜딩해서 판매했죠. 발매 당시에는 고급 라인이어서 나중에야 중고로 구입했는데, LG IBM이 정식 수입했었던 건 사진을 뒤지다 떠올랐네요. pic.twitter.com/jBY7z00kuT
— 나가토 유키 (@nagato708) September 4, 2019
역시 중고로 구입. Palm Vx 리브랜딩 제품으로 알루미늄 특유의 단단한 외형은 아직까지 기억나네요.
Diamond Mako (2001)
해당 제품은 Psion Revo의 리브랜딩 제품인데, 이미 충분히 마니악한 PDA 업계에서도 한 층 더 마니악한 제품이었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한국어 입출력 구현만으로도 상당히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오래 쓰지는 않아서 지금은 가물가물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의심할 여지 없이 전자사전처럼 보였다는 게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인상입니다.
삼성 넥시오 S155 (2002)
Windows CE를 채용한 제품으로, 검색에 따르면 KT 직원용 제품이 중고시장에 유통되었던 걸로 보입니다. 5인치 디스플레이에 셀룰러 모뎀을 내장했으니 갤럭시 노트의 조상격인 제품이죠.
당시로서는 새로웠던 802.11b 무선 인터넷을 통한 '인터넷'과 USB 키보드를 바로 연결할 수 있던 데 놀랐었지요.
샤프 Zaurus C860 (2003)
리눅스가 돌아가는 PDA로 마니아층이 제법 두터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고품질의 VGA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여 CF 무선 인터넷 어댑터를 이용하면 인터넷도 그럴듯하게 (물론 당시 기준으로) 가능했습니다. 디스플레이부를 돌릴 수도 있어 좀 더 전통적인 PDA처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사전도 만드는 회사여서인지 굉장히 두툼한 전자사전 느낌이었지요.
2005년에 구입한 제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델 Axim x50v (2004)
자우루스나 넥시오에 비교하면 주머니에 넣을 수는 있는 제품이었지만, 그래서 둔기같다는 인상은 더욱 깊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도 윈도우 모바일의 불안정함은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해상도까지 달라서 꽤나 고생했었죠. 그래도 VGA 디스플레이에 2D 가속칩까지 있어 동영상 보기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소니 CLIE UX40 (2003)
자우루스처럼 스위블이 가능한 제품. 키보드가 달려 있어 사전 프로그램까지 정식 구입해서 전자사전처럼 쓰기도 했죠. 당시에 일기를 여기에 썼는데, 몇 년 전 백업본에서 마지막 백업본을 찾아내 몇 번의 변환으로 txt 파일로 바꿔 놨습니다.
2006년에는 Fossil Wrist PDA (2003) 를 잠깐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고 그렇게 보이지만 정식 명칭인 "손목 PDA"로 받아들여야 하는 제품. Palm OS를 손목에 차기에는 크고 무겁지만 절대적 기준으로는 작은 화면에 옮겨놨기 때문에 정말 '기기 덕후'나 차고 다닐 만한 물건이었죠.
2008년,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윈도 모바일 PDA. 이후 WM 기반 스마트폰을 거쳐 아이폰으로 넘어갔습니다. pic.twitter.com/DezZpwP50G
— 나가토 유키 (@nagato708) May 13,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