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연장 기일이 다가왔다는 메일에 도메인 관리 사이트에 접속해 비용을 결제하고 나오면서, 이 블로그와 도메인 간의 깊은 연관성이 떠올랐습니다. 2009년 티스토리에 쓴 첫 글이 당시 구입한 도메인 ngt.kr에 대한 이야기일 정도니까요.
해당 글에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해당 도메인은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나가토 유키를 2000년대 기술회사 스타트업마냥 어레인지(NaGaTo)한 것입니다. 마침 같은 해 TV 애니메이션 2기가 방영 중이었기 때문에 해당 캐릭터에 대한 제 관심이 높았을 때였죠. 몇 년 뒤였다면 이미 존재하는 픽션 캐릭터에서 닉네임을 따 오지는 않았겠지만, 원래 삶이라는 게 타이밍 아니겠습니까.
비슷한 시기에 개설한 트위터 계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초에는 다른 사용자명이었지만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바꿨습니다. @nagato나 @nagatoyuki, @yukin 등은 선점되었기에 최종적으로 @nagato708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708은 전혀 관계 없는 숫자는 아닌데, 작중에서 나가토가 살고 있는 맨션 호수입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2010)에서 나가토 맨션 호수(708호)가 직접 등장한 애니메이션 컷. pic.twitter.com/sFW1oKXNq3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uly 14, 2018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가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숫자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7층에 도착.
"저기, 어디 가려는 건데?"
정말 뒤늦은 소리이긴 하지만 나는 이렇게 물었다 아파트 문이 늘어선 통로를 저벅저벅 걸어가며 나가토는 말했다.
"우리 집."
내 다리가 멈추었다. 잠깐만, 왜 내가 나가토의 집에 초대를 받아야 하는 거지.
"아무도 없으니까."
잠깐만, 이보세요. 그건 대체 무슨 의미십니까요.
708호 문을 열고 나가토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대원씨아이, 2006) 116.
(여담으로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종이책은 절판되었더군요. 대신 전자책판이 나와 원한다면 구할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어느 중고 서점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요.)
현재 사용하는 nagato.co는 2015년에 구입했습니다. 구입 경위는 당시 글에서도 언급했듯 도메인 사이트에서 빈 도메인 검색을 하다 충동적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다만 애초에 도메인 사이트에 들어가보게 된 계기는 쓰지 않았는데, 바로 팟캐스트 때문입니다.
외국 기술 팟캐스트에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광고 업체 중 하나로 Hover라는 도메인 사이트가 있습니다. .kr 도메인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배경에서 자라나고 있다가 중간 광고를 몇 번 들으면서 전면으로 올라온 셈이죠.
하지만 새 도메인을 구입했음에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존 도메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2012년 신규 가입을 중단한 무료 Google Apps(현 G Suite)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 도메인 등록은 가능해 nagato.co도 메일 서버와 연결은 되어 있지만, 유료 서비스로 옮기지 않는 한 변경할 수 없는 주 도메인은 ngt.kr에 묶여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