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처음 보는 보험사로부터 우편이 와서 뜯어보니, 찾아가지 않은 만기 보험금에 대한 안내장이었습니다. 2017년 12월 숨은보험금 통합조회시스템이 출범하면서, 웹과 더불어 개별적으로 우편 통보 하는 규정이 있나 봅니다.
내용을 읽으니 떠오르는 게 있어 문서 보관함을 뒤져보니 만기 당시에 받았던 우편물이 아래쪽에 있더군요. 당시 웹페이지 인증이 잘 안 되어서 콜센터에 문의해봐야겠다고 생각한 뒤 잊어버렸죠. 회사명이 바뀔 만큼 시간이 흐른 데다, 그 동안 최소한의 법적 이자만 계상되고 있는 돈을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표 콜센터로 전화를 했는데, 상담원 연결은 사람이 많다면서 대기열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리더군요. 선택지에 상담원 전화 예약도 시도해 봤으나 버그인지 입력 실수인지 메뉴 처음으로 돌아가더군요. ARS로도 만기금액 인출은 가능하다지만, 정작 요구하는 정보를 넣어보면 ARS로는 처리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결국 뱅킹용 VM으로 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갔습니다. 보안 프로그램을 몇 개 설치하고 인증서를 등록한 뒤 만기금 이체까지는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인출 계좌를 선택하는 화면에서 막혔는데, 지금은 없앤 계좌가 기본 계좌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메뉴는 드롭다운 메뉴로 새 계좌를 넣을 수 없는데다, 하단 주의사항에 따르면 지금 추가한다고 이체 대상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도 분명치 않았습니다.
막막해져 다시 콜센터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다며 뚝 끊기는 전화.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는데 예전 편지에 만기 보험금 수령요청을 '우편 혹은 FAX로 접수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웹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서면 양식을 채워 예전 편지 하단에 찍혀 있는 FAX 번호로 보냈습니다.
10여분 쯤 지나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제는 됐구나 안도했지만 고객님이 요청한 보험상품은 FAX 서류로는 처리가 안 되고, 직접 방문 혹은 화상상담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한시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싶어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만기 당시 보낸 우편의 해당 문구는 뭘까 싶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사명이 바뀔 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당시에는 가능했지만 기간이 지나버린 건지도 모르죠.
아이폰에 보험사가 제공하는 화상 상담 프로그램을 받아 본인 인증을 하고 - 신분증을 찍으면 알아서 세부사항을 채우더군요 - 다시 상담원을 기다렸습니다. 운이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처음 연결된 상담원은 처음에는 제 말이 전달이 안 되다 상대편 대화마저 끊어지더군요. 그래도 이후 시도로 상담원과 연결되어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이체 신청을 접수했습다. 확인해 보니 마지막 통화가 4분인데, 대기 시간도 감안하면 실제 업무는 1~2분만에 끝난 셈입니다. (여기는 공식 콜센터와 달리 끊지 않으면 계속 상담원을 기다릴 수 있더군요.)
1시간 뒤에 통장 입금 알림과 보험사에서 보낸 카카오톡 알림 메시지가 도착하는 걸로 소란은 마무리됐습니다. 은행권도 2017년에 통합계좌관리서비스를 개설했는데, 이런 서비스로 자신도 잊고 있었던 자금을 발견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겠구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