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바이트 단위의 스토리지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시대이기에 오고가는 자료의 크기도 상당하죠. 요즘 데이터 전송은 USB 스틱을 이용하거나, 이더넷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는 CD-R이 대용량 데이터 이동의 표준이어서 대형 데이터는 700MB 단위로 분할해야 했죠. 하지만 CD 레코더와 미디어가 일반에게 보급되기 전인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는 1.44MB 플로피 드라이브를 대체한다는 슬로건으로 여러 대안 미디어가 생겨났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아이오메가 사의 ZIP 드라이브입니다.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정도 크기에 - 두께는 더 두껍지만 - 100MB 를 넣을 수 있어 당시로서는 대용량 미디어였습니다. 외장형으로는 패러럴 포트, SCSI, 내장형 제품도 있었죠. 이후에는 250, 750MB 버전도 나오고 USB 버전도 추가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 들어 하드디스크 가격이 내리고 CD-R이 보급되면서 처음만큼의 성공은 누리지 못했죠.
Zip by Grant Hutchinson, on Flickr
외장형의 장점은 이론적으로는 상대가 ZIP 드라이브가 없더라도 하드웨어까지 통채로 챙겨가면 다른 컴퓨터에서도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실제로는 컴퓨터 뒷면으로 기어 들어가서 연결하고 드라이버를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결국은 쓰던 장소에서만 쓰게 되었지만요. 저는 패러럴 포트 버전을 사용했는데, 프린터도 함께 사용하기 위해 드라이브 뒷면에는 패러럴 입력과 출력이 모두 있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ZIP 드라이브를 경유해서 프린터를 연결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드라이버 마음 내키는 대로였던 게 생각이 나네요.
Using a Jaz drive with a Mac Pro by Ruben Schade, on Flickr
비슷한 시기에 아이오메가에서는 Jaz 드라이브도 선보였습니다. Zip이 플로피 디스크 대체품을 표방한 반면 Jaz는 전통적 HDD처럼 플래터를 집어넣어서 대용량이 필요한 프로 계층을 공략했고, 그에 맞춰서 SCSI 제품만 출시되었습니다. SCSI도 ID를 맞추고 터미네이터를 끼워야 하는 등 사용하기 쉬운 제품은 아니었지만, USB 보급 이전에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서는 대안이 마땅히 없었으니까요.
플래터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에 약했으며 기본 케이스도 예전 VCR 케이스처럼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 제품은 백업 용도로 썼는데, 미디어도 제법 가격이 나가서 처음 본체와 함께 구매한 미디어를 필요할 때마다 돌려 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아이오메가와 인연이 많았는지 이런 제품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ZIP 드라이브가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탄 시기였기에 아이오메가는 필립스 CD 레코더에 Zip 브랜드만 붙여서 ZipCD 650이라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Wikipedia 글에 따르면 700MB CD-R에도 650MB밖에 구워지지 않도록 펌웨어가 설정되어 있었다는데 워냑 오래 전 일이어서 확인은 불가능하겠네요. 다만 미국 제품이여서 DVD 지역 코드를 바꾸느라 고생했던 건 기억이 납니다.
참고로 아이오메가는 2008년 스토리지 사업을 하는 EMC (현 Dell EMC)에 인수되었고 2013년 레노버와 공동 사업계약 체결로 2016년 현재 LenovoEMC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 2020-01-29 추가: ZIP 드라이브 관련 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