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명탐정 코난 극장판 20기 개봉을 앞두고 공식 채널에서 역대 극장판 인기투표를 진행하였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 7기 "미궁의 크로스로드"
2위: 6기 "베이커가의 망령"
3위: 4기 "눈동자 속의 암살자"
4위: 5기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5위: 1기 "시한장치의 마천루"
6위: 18기 "이차원의 저격수"
7위: 3기 "세기말의 마술사"
8위: 19기 "화염의 해바라기"
9위: 14기 "천공의 난파선"
10위: 13기 "칠흑의 추적자"
1위가 "미궁의 크로스로드"라니 의외네요. 왜색 때문에 17기 "절해의 탐정"과 더불어 한국 상영이 요원한 작품이라는 것 외에는 워낙 오래 되어 잘 기억은 나지 않아 이 이상 코멘트하기는 어렵네요.
"베이커가의 망령"은 순위표에서 보듯 팬층에서 평이 좋은 작품이죠. 저는 평작이라고 생각하지만, VR과 인공지능이 주요 플롯에 사용되어 요즘 선보여도 손색이 없을 주제를 사용했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2008년 한국 극장에 처음 걸린 극장판이기도 합니다.
"눈동자 속의 암살자"도 좋은 작품이고,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은 코난 극장판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클라이막스 자동차 장면은 볼 때마다 쫄깃합니다. 5위까지는 7기까지 감독한 1대 고다마 겐지 감독 작품이 차지했는데, 순위권에서 2기 "14번째 표적"만 빠졌습니다. 사실상 TVA 특별판을 그대로 걸어놓은 1기 "시한장치의 마천루"도 5위임을 감안하면 흥미롭네요.
2대 야마모토 야스이치로 감독 작품은 13, 14기가 꼽혔습니다. 각각 검은 조직과 괴도 키드가 등장해 순위권에 들었다고 추정됩니다. 이 시기에는 11기 "감벽의 관"을 제외하고는 끔찍하게 나쁜 작품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화제작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일본 흥행수입에서도 이런 평가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는데, 7기에서 흥행수입 34억엔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억대 매출을 유지하다 6년 뒤인 13기에 와서야 35억엔으로 시리즈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에 올라온 "이차원의 저격수" 코멘트.
3대 시즈노 코분 현 감독 작품에서는 18기, 19기가 올라왔습니다. "이차원의 저격수"는 감독 교체 이후 가장 재밌게 본 작품입니다. 클라이막스에서 스카이트리(작중명 벨트리)로 공을 쏘는 특유의 과장된 연출이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화염의 해바라기"라니요. 괴도 키드 어드밴티지와 선명한 기억이 이익을 받는 심리적 경향 때문이라 추정은 해 봅니다만, 차라리 키드 효과로 8기 "은빛 날개의 마술사"가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황당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여담으로 현 감독은 일부에서는 애니메이션 계의 마이클 베이라며 치를 떨지만, 흥행 기록은 15기 이후 매 년 시리즈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올해 20기도 전편 기록인 45억을 넘어 5월 초 이미 50억엔을 넘었으니까요. 결국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이 궁극적인 투표 수단이니, 마냥 제작진 탓만 할 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