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에 조립한 컴퓨터가 있습니다. 지금은 4세대 전 제품인 린필드 기반이지만, 2012년에 노트북을 하나 산 데다 인코딩할 때가 아니면 불편한 점도 없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그런데 지난 31일, 컴퓨터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원이 나갔습니다.
아예 전원이 나가는 일은 처음이어었지만 이전에도 무작위로 뻗는 일은 있었으니 그냥 다시 전원을 켜려고 했는데 반응이 없더군요. 콘센트부터 시작해 속까지 뜯어본 결과 파워 서플라이가 사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필 문제가 토요일에 생겨 대체할 서플라이를 빨리 받으려면 어떻게든 토요일에 제품을 출고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컴퓨터는 놔 두고 토요일 오후까지 제품을 출고하는 회사를 찾아서 500W 파워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마감 시간을 2분 남겨두고 구매확인증을 받아 배송되는 것까지 확인했죠.
일단 한 숨 돌리고 주말을 컴퓨터 없이 보내기는 싫어 방치되어 있던 대기업 컴퓨터에서 ATX 파워를 적출했습니다. 240W로 저용량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부품만 전원에 연결하고 풀로드를 걸지 않는다면 임시로는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니터링을 위해 예전에 구입한 전력 측정기도 붙였고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구적으로 쓸 수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케이스도 못 닫을 줄 알았으니 저 정도까지 한 것도 선방이라 생각했습니다. 공기 순환이 잘 안 되기는 하겠지만 모니터링을 해 보니 위험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더군요. 다만 전력이 좀 모자라기는 한지 한 번은 시스템이 시동을 거부하기에 그 이후로는 대체 파워가 올 때까지 시스템은 켜지 않았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은 문제가 없었나 싶어 상표명(HEC Rapter 500WP)으로 검색을 해 보니 제가 구입한 지 1년 뒤인 2010년 12월 제품 스펙 허위 표기로 크게 문제가 되었더군요. 여태 그 사실을 모르고 사용했음에도 다른 부품을 태우지 않고 혼자 사망한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몇 년 간 간헐적으로 저를 괴롭혔던 그래픽 카드의 오작동에도 함량 미달의 전원이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2일에 새 파워 서플라이로 교체를 완료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 본 바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문제의 특성상 계속해서 사용해 보면서 추가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