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1995년 작품 "아폴로 13"입니다. 1967년 - 이후 아폴로 1호로 명명한 - AS-204 화재 이후 NASA 역사 상 큰 사고였지만 "성공적인 실패"라고 불릴만큼 성공적으로 이겨냈죠. 20년 전 작품이지만 아직도 생각나면 한 번씩 다시 돌려 보고는 합니다.
이 영화는 1994년 13호 지휘관이었던 우주인 짐 러벨과 작가 제프리 클루거가 쓴 "Lost Moon: The Perilous Voyage of Apollo 13(잃어버린 달: 아폴로 13의 위험한 항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95년 페이퍼백으로 나오면서 영화에 맞춰 제목을 "Apollo 13"으로 바꿨죠.
예전부터 한 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번역본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한 권 사서 읽었습니다. 심지어는 전자책으로도 나오지 않아 특유의 접어 읽는 맛이 있는 페이퍼백을 구입했습니다.
책은 아폴로 13의 여정을 중심으로 중간중간 짐 러벨이 아폴로 13호에 타기까지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를 시간 순으로 보여줍니다. 사건 자체가 워낙 스펙타클하기도 하지만, 글도 짜임새 있고 흡인력이 있어 외국어 책인데도 중간에서 끊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읽는다면, 책과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실제 아폴로 13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잡다단함과 드라마는, 영화 각본과는 다른 각도에서 흥미로우니까요.
러벨 본인도 2005년 기념판에 들어간 DVD 코멘터리에서 영화와 실제의 다른 부분을 지적하면서도, 수정된 부분은 극적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책에서 당시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 이야기가 몇 번 나오는데, 1960년대가 가기 전에 사람을 달로 보내겠다는 무모한 목표를 제시한 것은 민주당 대통령 존 F. 케네디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폴로 11호로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승리의 과실을 맛보고, 실패했을 때의 연설문을 준비한 건 공화당의 닉슨이었죠.
1969년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인간을 달에 착륙시킨 후 이후 대중의 관심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13호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신문에서 단신 취급을 받았죠. 수많은 음모론자들이 아폴로 11호에 대해서만 공격하고 17호까지 진행된 유인 탐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이유와 닿아있을 테지요.
참고로 짐 러벨은 1928년생으로 올해로 87세이며 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영화 "아폴로 13"에도 잠깐 출연하는데, 귀환한 13호를 수거하러 간 USS 이오지마 - 1993년 퇴역하여 영화에서는 자매함인 USS 뉴 올리언스 - 에 탑승한 대위(captain) 역으로 나옵니다. 감독은 함장 역을 맡기려고 했지만 본인이 실제 해군 대위였기 대문에 그 이상의 직책을 맡을 수는 없다고 주장해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분명 책을 읽고 나서 쓴 글인데 정작 시작과 끝은 영화 이야기네요. 그만큼 둘 다 추천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