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면 이전에 봤던 작품을 다시 보고는 하는데,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최근 3기를 방영한 DOG DAYS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나노하 시리즈 각본가인 츠즈키 마사키와 2기(A’s)부터 시리즈 감독을 맡았던 쿠사카와 케이조가 세트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다 성우진도 좋아서 방영 전부터 나름 관심을 끌었고, 미디어도 중앙값이 약 7500장정도 팔아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단적으로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 시대에 TVA가 3기까지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1기는 2011년 방영 당시에 쓴 단평에서도 짚었듯 전형적인 구성입니다. 비유하자면 평범한 중국집 짜장면 한 그릇입니다. 딱 그 정도의 맛이고, 재미죠. 기승전결이 있고, 적절한 긴장과 감동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까지 던지면서 끝납니다. 물론 양산형 애니메이션이 업계를 타락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1기를 다시 보고 나니 이후 시리즈와는 약간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굳이 새 글을 써서 첨언하고자 합니다. 1기는 한 개의 스토리라인을 놓고 극을 이끌어갔다면 2기는 에피소드 위주, 3기에서는 과거를 포함한 스토리 전개와 에피소드 모두를 아우르려고 시도했죠.
위에서도 말했듯 대단한 작품성으로 유명한 작품은 아니니 모두 50보 100보이지만, 개인적으로 선호도를 나열하라면 1>3>2기 입니다. 2기 평가가 가장 낮은 이유는 이미 낮은 기준점에서 출발했음에도 스토리 부문이 지나치게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건물이라면 혼자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요. 물론 새 캐릭터가 들어오고, 세계관에 살을 붙인 부분이 있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서비스, 서비스!’에 함몰된 상황에서는 힘을 받지 않는 지지대처럼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본/원작자인 츠즈키 마사키의 과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감독 교체도 방향성 변화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다만 2기와 3기를 맡은 감독인 니시무라 쥰지의 다른 작품을 본 적이 없어 선뜻 평가하기는 어렵네요. 약력을 보면 P.A.Works에서 아침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평가만 떠오르고요. 다만 내부적으로 피드백이 있었는지, 똑같이 만들었는데 결과물이 달라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3기는 참고 봐 줄만은 하더군요.
여담으로, 1기에서 비중이 많았던 친위대장 에크렐 (CV 타케타츠 아야나)은 시리즈가 지날 수록 분량이 줄어 3기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어졌죠. 2기 이벤트에서도 성우분이 “분량이 준 것 아니냐”라는 코멘트를 했었는데, 1기를 다시 보면서 생각해보건대 스토리 전개 상 1기에서는 많을 수밖에 없었구나 싶더군요. 반면 실루엣만 나오다 마지막에 몇 마디 했던 나나미(CV 미즈키 나나)는 2기부터 점점 분량이 늘어서 3기에 와서는 1인 2역을 구현하기 위해 따로 두 번 녹음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벤트에서 비지니스 찬스를 외쳤던 베키 (CV 타카하시 미카코) 는 2기에서는 혼자 변신 장면으로 몇 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세상 일은 모르는 겁니다.
* 2018-07-20 오자 및 문단 배치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