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고 하니, 집에 하나쯤은 있는 지나간 기술의 흔적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2000년대 초반의 소니 디지털 캠코더입니다. 당시에는 획기적으로 정지영상도 메모리카드에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miniDV 테이프 기반인데, 사진에서 하단에 보이는 래치를 내리고 열면 본체 하단에 들어있는 테이프가 나오는 꽤 재밌는 기계죠.
요즘은 개인이 따로 캠코더도 잘 안 사는 시대죠. 스마트폰으로도 1080p, 심지어 4K 영상을 찍을 수 있고, 방송국에서도 부분적으로는 DSLR로 영상을 말아서 쓰는 시대니까요. 전문 캠코더도 요즘은 메모리카드에 파일을 바로 덤프하더군요.
여기 쓰였던 miniDV 테이프는 디지털이라 영상 추출이 가능했는데 이전까지는 아날로그 8mm 테이프가 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신기술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파일처럼 복사되는 게 아니라 1:1 로 재생되면서 가져와야 한다는 겁니다. 즉 1시간짜리 테이프면 파일로 들여오는 데도 1시간이라는 거죠. 테이프 내용 입출력에도 이제는 애플 컴퓨터에서도 보기 힘든 Firewire (소니는 i.Link라고 부른) 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애플이 iMovie같은 걸로 쉽게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는 “디지털 허브” 컨셉을 한창 내세웠죠.
그래서 저 당시에 찍은 DV 테이프는 아직도 아날로그 상태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일단 가져오는 게 일이고, 당시 개인 PC의 인코딩 능력을 생각해보면 아시겠지만 원본을 볼만하게 편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게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도 넘겨 버렸습니다. 작년에 돌려보니 테이프 문제인지 기계 문제인지 프레임이 좀 튀던데 재생은 되더군요. 더 손상되기 전에 원본이라도 덤프해볼까 싶기도 합니다.
CD나 DVD 굽는 문화도 절멸했죠. 요즘 노트북에는 ODD가 거의 달려나오지 않고, 데스크탑의 경우에는 업무 수요가 있다보니 그래도 좀 남아있지만 사용 빈도는 줄었죠. 2000년대에는 컴퓨터 좀 다룬다는 사람이라면 집에 공CD/DVD를 케이크 단위로 쌓아놓고 책자형 CD 슬리브도 기본 사양이었죠. (저는 아직도 한 통 갖고 있습니다) 유통되는 영상도 CD 크기인 700MB에 맞춰서 나눠 리핑하는 것이 표준이었죠.
하지만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하드디스크 용량이 TB 대로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가면서 자료 보관이나 백업을 위해 CD나 DVD보다는 추가로 하드디스크를 구입하는 것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과거에는 서버실이나 기관에서나 쓰던 NAS나 마이크로 서버를 개인이 구축해서 쓰는 거죠.
OS 설치도 요즘은 USB 스틱으로 가능해졌죠. 윈도우는 리테일에서는 DVD로 팔지만, 공식적으로 USB 스틱에 설치파일을 복사하는 도구를 제공하고, 맥은 아예 오프라인 미디어를 없애버리고 온라인으로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음악같은 경우는 이미 CD와 분리된 지 오래 되었죠. 음반보다 디지털 음원 수익이 더 많은 것이야 20년 전 이야기이고, 이제는 음원을 받아두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서버에서 당겨서 듣는 스트리밍이 추세입니다. 2014년 한국경제 기사를 보면 주요 음원제공 사이트 가입자 중 스트리밍 사용자가 다운로드 사용자보다 많다고 합니다.
(음악 소비, 다운로드 지고 스트리밍 뜬다 - 2014년 11월 23일 한국경제)
외국에서는 2000년대 음원 시장의 혁신을 일으켰던 애플 iTunes Music도 이런 변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 스트리밍 서비스 Beats Music 의 소유주 Beats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술 쪽에 관심도 많지만, 아직도 블루레이를 사고 CD를 MP3로 만들어 듣는 걸 보면 이런 부분에서는 시대에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도 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