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2008년에 서, 2009년에 파가 개봉했지만 에바 극장판을 수입하던 아인스 M&M이 2012년 상장폐지되어 다들 이제는 한국 극장에 에바가 걸리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았죠. 서가 약 7만4천명(총매출 4.9억), 파가 약 6만6천명(총매출 5억) 들었던 관계로 이걸 굳이 수입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했죠.
하지만 의외로 다른 회사가 집어와서 수입해왔습니다. 일본에서 멀티플렉스 체인을 운영하며 제작,배급도 하던 티조이라는 회사가 한국 씨너스와 공동배급 계약 형식으로 들어온 거죠. 이번에 에반게리온이 메가박스에만 걸린 것도 배급이 씨너스이기 때문이죠. 개봉일자 관련해서도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지난주 목요일인 25일에 개봉했습니다. 생각으로는 첫 날 보러 가려고 했지만 이래저래 하다 보니 벌써 1주일이 지났네요.
사실 오늘 아침까지도 이걸 봐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제 성격에 이걸 따로 사서 BD로 볼 것 같지도 않고, 걸어줄 때 고마워하며 봐야 하는 게 아쉬운 쪽의 입장인지라 조조로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평일 조조인데도 관에는 사람이 반 정도는 찼더군요. 100석대로 큰 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놀랐네요. 좌석을 찾아들어가면서 살펴보니 연세가 있으신 분도 간간히 눈에 띄더군요. 참고로 제 옆에는 커플이 에반게리온 콤보세트를 사들고 앉았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사 들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영화만 봤네요. 그리고 듣던 대로 혼자 와서 콤보세트를 사시는 분도 목격했습니다.
에반게리온:Q 콤보세트를 주문하면서 "팝콘이랑 콜라는 빼고 주세요"라고 하지 못한 게 지금 생각하니 한이 되는구나. 집에 와서 씻어서 닦아두긴(...) 했지만. twitter.com/raftwood/statu…
— 뗏목지기 신트윗판 Q (@raftwood) April 30, 2013
* 사진: 위에서 언급했던 콤보세트.
25분부터 시작이라고 써 있지만 요즘 영화관이 그렇듯이 그 뒤로도 엄청나게 광고를 하고 나서야 본편이 나옵니다. 그렇게 영화를 다 보고 크레딧이 올라가도 나가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네요.
내용에 대해서는, 뭘 써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 단락만 몇 번을 지웠다 다시 쓰는지 모르겠네요. 누구 말마따나 부제에 붙은 Q는 Question(의문)의 Q일지도 모르겠네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마지막편 나올 때까지 안 볼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벌써 이런저런 감상평, “분석”, 유머글, 요약정리글까지 다 읽어봤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 않고 보고 왔거든요.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밥 먹으면서 TV 보는 식으로 봤습니다.
그래도 그냥 이렇게 끝내버리면 굳이 시간과 전기와 에너지를 들여 포스팅을 만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제가 보고 인상깊었던 게시물이라도 몇 개 링크해 두려고 합니다.
* 당연하겠지만, 해당 링크를 따라가시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에바 큐 감상만화-신지의분노(네타조금) – 루리웹
[에반게리온] 신지 「뭐가 Q야!」 – 에아노르님 블로그
본편과는 별 관계없는 이야기 두 가지만 하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첫째로는, 네르프 본부의 에스컬레이터가 너무 길다는 겁니다. 이건 옛날 TVA 시절부터 생각했던 거지만요. 이런저런 일이 있었음에도 긴 에스컬레이터는 꿋꿋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에스컬레이터는 길이 48m, 수직 24m(건물 8층 높이)로 서울 지하철 9호선에 있다고 합니다. 2009년 기사니 지금은 바뀌었을수도 있겠네요.
둘째로는, 겐도우가 은혼의 마다오(하세가와 다이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이 현상은 새삼스러운 건 아니고 서 때부터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에반게리온 시리즈와 은혼 TVA를 둘 다 보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봅니다.
이왕에 성우 이야기 꺼냈으니 제가 본 작품과 관련해서 몇 분 더 찾아보면
-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카오루는 은혼에서 “스탠바이하는 카츠라 역. (이시다 아키라)
- 오퍼레이터 아오바 시게루는 뭐든지 부숴버리지 않고는 성에 차지 않는 은혼의 신스케 역. (코야스 타케히토)
- 뷜레 오퍼레이터에도 재밌는 분이 많습니다. 공각기동대 바토(오오츠카 아키오)에, ARIA의 아리시아(오오하라 사야카)까지.
- 그나마 신지와 멀쩡한 대화를 한 뷜레의 스즈하라 사쿠야는 히다마리 스케치에서 주인장. (사와시로 미유키)
- 신극장판에서는 성도 갈아버린 아스카는 명탐정 코난에서 헤이지의 단짝(연인?)인 토야마 카즈하 역. (미야무라 유코)
- 모자와 안경 쓰는 데 맛들인 미사토는 명탐정 코난에서 미즈나시 레나 역. (미쯔이시 코토노)
- 코난 이야기 꺼냈으니 하이바라 아이도 짚어야겠죠. (하야시바라 메구미)
- 마다오 보좌로 바쁜 후유츠키는 ARIA에서 우체국 아저씨. (키요카와 모토무)
p.s. 본편과 별 관계없는 이야기를 쓰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들었습니다. 이것이 주객전도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