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 아파트에서 위층 누수 때문에 부엌 천장을 뜯은 일이 있어 간단하게 글로 남겨보려 합니다. 모든 과정에서 직접 입회한 게 아니라 전해들은 부분이 많기도 하고, 집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인터넷에 남기기도 곤란하여 큰 틀에서만 설명하는 부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본가 아파트는 세워진 지 20년이 넘은 구택이라 자가로 이사오는 사람은 전체 리모델링하는 게 필수 코스인데, 작년 하반기 이사 온 윗집은 이후에도 하자가 있는지 잊을만하면 위층에 공사하는 사람이 들락거렸다더군요.
그러다 2월 초, 화장실 근처 천정 벽지가 묘하게 울어있는 부분을 발견해 우리 집 대표와 위층 세대주, 관리사무소 설비 아저씨가 삼자대면을 했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지금은 습기가 없는걸 보니 미세 누수가 (과거형으로) 있었던 것 같다며 '현행범' 상태가 아니면 원인을 잡기 힘드니 일단 지켜보는 걸로 하자고 해서 이야기를 끝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소소한 에피소드로 넘어가나 했는데, 몇 주 뒤 이번에는 부엌 천장이 미묘하게 내려앉은 걸 확인해 다시 윗집에 연락을 했습니다. 이미 지난번 만남 때 연락처를 교환한 윗집 세대주에게 바로 연락했고, 윗집이 고용한 인테리어 업체를 경유해 누수 전문 업체를 불러 문제가 된 배관을 교체했습니다. 전해 듣기로는 하자 때문에 재공사를 몇 번 한 화장실 쪽 배관 누수가 원인이라는데, 정작 물은 왜 화장실 천정이 아니라 (바로 옆이긴 하지만) 부엌 쪽에 쌓인 건지는 건축 전문가가 아니라 모르겠네요.
일단 새는 곳을 막아 일이 더 커지는 건 막았지만 이미 흘러내린 물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 결국 부엌 천정 패널 한 칸을 잘라내 물을 뺐습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했던, "천장이 무너졌다 안 카요!"를 현실에서 겪게 될 줄은 몰랐네요 (물론 이 경우는 진짜 무너지기 전에 예방 조치를 취한 데에 가깝습니다만).
어차피 젖은 천장이 말라야 하니 바로 작업할 수는 없고, 이제 저희 집 수리도 맡게 된 윗집 인테리어 업체도 선약이 있어 한 달은 지나야 작업할 수 있다고 해서 한동안은 뻥 뚫린 구멍이 있는 채로 살았습니다. 마침 설 연휴 직전에 사고가 나서 아직 패널이 다 마르지도 않은 생생한 현장을 '직관'할 수 있었는데, 참 꼴불견이었지요.
보상을 해 주네 마네 하면 곤란할 뻔했는데, 다행히도 윗집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한 상태여서 해당 부분 관련해서는 언성 높일 일이 없었습니다. 물론 작업 날짜가 잡히고 나서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에 끝없이 동의하고, (아마도) 보험사에 제출할 사진 때문에 외부인이 들락거리는 건 유쾌하지는 않았다고 전해 들었지만요.
피해자로 보험 서류에 이름을 올려서인지 이번 달 공사가 끝난 뒤 처리 결과가 저희 쪽으로도 날아왔는데, 부엌 하나에 천장 패널 재건 및 도배하는데 약 300만 원이 산정되는 모양. 그리고 보험 처리를 해도 일정 금액-여기서는 20만 원-은 본인 부담이더군요.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아 본의 아니게 부엌이 산뜻해지기는 했지만, 어머니께서는 중간에 이런저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차라리 아무 일이 없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투로 말씀하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