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야수의 심장'으로 당선에 베팅했던 머스크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글쓴이를 포함해) 머스크의 기행에 질린 사람들조차도 미국 국기에 경례하는 합성 이미지를 보고 기뻐할 자격이 있다고 쓴웃음을 지을 정도니까요. 이미 테슬라는 '수혜주'로 평가되어 이번 주에만 30% 가까이 올라 2년여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를 회복했습니다.
혹자는 금전적으로는 지난 2년 간 손해만 기록해 온 2022년 트위터 인수조차, 아직까지도 미국 정치권 담론에서는 큰 표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었음을 감안하면 적어도 머스크 개인에게 있어서는 이익이라는 수정론적 해석까지 등장했는데, 꽤 흥미로운 시선이어서 해당 블룸버그 칼럼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완전한 선거 승리를 거머쥐기 하루 전, 조 로건이 올린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한 때 440억달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등신"(F-ing moron)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팟캐스트에 게스트로 등장한, 실제로 2022년 하반기 그 가격에 트위터를 인수했던 일론 머스크도 동의했습니다. "애초에 그 정도의 가치는 없었어요" 머스크가 인수 계약에 서명하자마자 이를 무효로 하려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지금은 X로 개명한, 트위터 구입으로 호구 잡혔다는 믿음은 트럼프의 대권 장악으로 뒤집히게 되었습니다. 이번 미국 선거 결과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뛰어들기 한참 전부터 존재한 현실을 드러내 주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소셜 네트워크의 가치는 그 사업적 가치보다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실상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죠.
머스크는 실제로 돈을 잃고, 광고주를 쫓아내며 회사의 물적 가치를 떨어뜨려 왔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X는 아직 미국 정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머스크는 월 스트리트 저널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인수"라고까지 불렸던 건에 대해 드디어 이익을 거둔 셈이지요.
X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지 정량화할 방법은 없겠지요. 그저 중요하게 느껴졌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겠지요.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X 주인장은 @realDonaldTrump가 다시 당선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머스크는 2억 명이 팔로한 본인 피드를 트럼프를 주제로 한 광고판으로 사용했습니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정책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고, 반 이민 음모론을 앞장서서 퍼트렸습니다. 트럼프 지지자의 글을 리포스트하기도 했는데 모든 내용이 진실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선거에 대해서 몇 시간씩 음성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머스크 하에서 X는 [트럼프가 만들었던 소셜 미디어인] Truth Social의 강화 버전이 되었습니다.
머스크의 전폭적 지원이 결과를 바꾸었을까요? X가 정말로 선거의 내러티브를, 그리고 유권자를 친 트럼프로 이끌었을까요? 절대 진실은 알 수 없겠지만 머스크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지난 수요일 아침, 머스크는 "이번 선거의 진실은 X에서는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지만 기존 언론들은 대중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설파했습니다"라고 썼습니다.
또한 머스크는 트럼프와 다른 공화당 후보에게 1억3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는데, 이에 따라 선거 사이클에서 최고 기부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제 수확의 시간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머스크의 여러 회사들이 궁극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자사 친화적인 규제부터 정부 계약까지 머스크는 트럼프의 한 번 해 봤던 대통령 직에서 많은 걸 얻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 이득은 X에게까지 미칠 겁니다. 이 또한 정량화하기는 힘들겠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를 돌아보면 트위터는 설립 이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가 예전처럼 트윗으로 정책 발표하기를 생활화한다면 X는 향후 몇 년 간 세계적 정치판의 중심에 서게 되겠지요. 그리고 지난번과 달리 트럼프는 본인 계정이 어떻게 단속될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발언이든 허용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머스크의 의견도 메아리로 들을 수 있겠지요.
트럼프는 본인이 당선되면 머스크에게 비용 절감을 전담하는 정부 직책을 줄 거라고 발언한 적도 있는데, 실현된다면 트위터에서 있었던 과감한 해고 정책을 국가 단위로 볼 수 있게 되겠지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시점에서 이 모든 걸 예상했다고 하는 건 너무나 수정주의적 역사 기록이 될 겁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신 레몬 바구니를 훨씬 달콤한 무언가로 바꿨다고 주장하는 것도 과장은 아닐 겁니다.
적어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한 내러티브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일론은 참 멍청한 사람이지요." 유명한 머스크 빠돌이 @wholemarscatalog 는 썼습니다 "440억 달러나 써서 받은 거라고는 연방 정부의 세 부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리 뿐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