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은 매 달 초에는 101% 양질의 아이디어만 정리해서 보내 과소비하지 말아여지 생각하지만 결국 월말에 엑셀 파일을 정리하며 정산해보면 모든 아이디어를 다양한 작가분께 보내 예산이 넘치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잘 나온 작품을 배경하면으로 설정해서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풀리니 도통 고삐를 잡지 못하고 있네요.
넋두리는 이 쯤 하고, 최근 받은 커미션 그림 소개로 넘어가겠습니다. 처음 두 작품은 '유루캠'의 이누야마 아오이인데요. 이번 작가(DORI)는 아트머그 탭을 무작위로 훑어보다 발굴했는데, 가격과 그림체의 밸런스가 절묘하다 싶어 마침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의뢰해 보았습니다.
1월 28일 입금해 2월 1일 아침에 완성본을 받았으니 작업 속도까지가 빠른 편이지요. 게다가 개인 간 커미션 거래에서 민감한 부분인 중간 피드백 관련해서도 오히려 이 쪽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보내 오히려 제가 놀랐습니다.
작품 구도를 보고 바로 떠올리신 분도 계시겠지만 한 때 실사와 2D 양 쪽에서 유행했던(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박시한 티셔츠로 속칭 '힘을 숨기는' 패션 밈입니다. 꽤 예전 유행인데, 왜 이 키워드가 갑자기 떠올라 아아디어 파일에까지 올랐는지는 저 자신도 모르겠지만요.
오랜만에 iOS 메모로 그린 '스케치'도 첨부했는데, 완성본과 같이 놓고 보고 있으면 '이게 맞나?' 싶습니다(물론 이것만 보낸 건 아니고 상술한 첨부한 참고자료와 설명도 제출). 차라리 인간 포징을 할 수 있는 3D 프로그램을 배우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네요.
두번째 작품은, 이쯤 되면 공급계약을 맺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커미션 글마다 빠지지 않는 702_96 작가의 그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동안 픽시브 리퀘스트가 닫혀 있었는데, 다시 이를 개방한 1월 19일 바로 신청해 같은 날 승인을 받았네요. 완성본을 2월 1일에 받았으니 얼추 2주 걸린 셈입니다.
예전에 인터넷 유머로 돌아다녔던 모 피트니스 센터의 '90kg/200파운드 덤벨프레스 하면 1년 회원권 공짜!' 홍보물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여담으로 해당 광고를 집행했던 회사는 감염병이 한창이었던 2021년 파산했다고 합니다).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운동복은 지난 12월 다른 작가분께서 그려 주신 디자인을 전용했습니다. 예전에 이누코가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하는 연작에 차용한 의상은 다른 캐릭터 운동복 의상에서 (예전 게임들 2P처럼) 색깔 갈이만 했기 때문에 늘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 쪽을 이용하게 될 듯합니다.
다음 두 장은 '블루 아카이브'의 와카바 히나타(수영복)입니다. 히나타는 원래부터 괴력녀 기믹이 있는데, 수영복 스킨 인연 스토리에서 바위를 자갈처럼, 고목을 나뭇가지처럼 치우는 에피소드를 보고 이건 '각'이 나온다고 그 자리에서 생각해 버렸습니다.
스토리에서도 어떻게 쪼갰는지는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묘사는 작가분께 맡겼습니다만, 촙으로 쪼개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다만 완성품을 받고 생각해보니 나무를 맨 손으로 쪼개는 주제는 시도한 적이 있었으니 차라리 돌 치우는 쪽을 고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다음 작품은 マイゴム 작가에게 의뢰했습니다. 단가가 높은 편이어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다시 찾아갈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지난번 히나우이 그림이 정말 멋지게 나와서 재신청했었습니다(글 작성 시점에서는 리퀘스트가 닫혔으니 결과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을지도요?) 1월 4일 신청해 2월 16일 수령했으니 43일만이군요.
해변가에서 일행의 짐을 지키고 있는 히나타라는 콘셉트인데요 [X/Twitter 링크]. 왠지 주인공보다 '배경'에 있는 하나코와 코하루 다이나믹에 더 눈길이 가지만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네요.
다음 작품은 스미레입니다. 2월에 스미레를 주제로 커미션을 보내볼까 싶어 onion 작가에게 1월 말에 연락드렸습니다만, 작가분 일정 관계로 실제 작업은 6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완성품은 14일에 받았는데, 중간에 설 연휴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페이스였네요.
#ブルアカ 乙花 スミレ (commission) pic.twitter.com/327oI9Yyyc
— Fieryonion (@moenaionion) February 16, 2024
이번 그림은 딱히 설명할 게 없는, 보이는 그대로 런닝하는 스미레입니다. 작중에서 하프마라톤 거리인 20km를 매일 루틴 운동처럼 하고 있다는 대시를 본 뒤로 항상 아이디어 목록에는 있었지만, 커미션으로 의뢰하기에는 '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항상 아이디어 꼭지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 장에 넣을 수 있는 스토리는 한계가 있어 결국 마지막은 순정 느낌으로 평범하게 뛰는 느낌으로 의뢰.
예전에 스미레는 운동할 때 선글라스 쓰는 콘셉트인데 안 그래도 적은 팬아트 중에서도 이걸 지키는 사람이 없더라는 취지의 글을 본 게 문득 떠올라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바리에이션을 추가했습니다. 그나마 배경 추가를 안 했으니 망정이지 여차했으면 예상보다 1.5배는 더 쓸 뻔 했네요.
[공식 4컷 만화] 121화
— 블루 아카이브 (@KR_BlueArchive) February 16, 2024
돈미니(@donmin_h) 작가님과 함께하는 블루 아카이브 공식 4컷 만화
스미레 씨 근처에 있으면 건강 하나는 확실하게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 과정은…)#블루아카이브 #블루아카4컷만화 pic.twitter.com/vaOqMgl158
(작품과는 별 상관없지만 오랜만에 공식 4컷 만화에 등장한 스미레가 반가워서 첨부)
마지막 작품은 칸나입니다. skeb은 유니온페이UPI 카드로는 결제할 수 없으니 카드 할인을 받는다는 명분도 없어 이번 달에는 YOTARo 작가에게 의뢰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지난 1월에 이미 두 번이나 보내기도 했고). 하지만 늘 그렇듯 짝 없이 배회하는 아이디어가 파일을 열어볼 때마다 유혹하는 걸 이기지 못하고 설 연휴인 2월 10일에 의뢰서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서문에 말한 '절약 실패'에 방점을 찍은 사건이었죠. 다음 날 승인받고, 17일 밤에 완성본을 받았습니다.
이번 의뢰 준비하면서 깨달았는데 이 작가에게 가장 처음 의뢰한 작품이 칸나였더군요.
평범하게 스쿼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X/Twitter 링크 그림 느낌은 예상한대로 나왔는데, 전신 앵글로 나온 건 예상 외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