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iPhone 15을 수령한지 1주일이 되었으니 글을 쓸 때가 되었다 싶어 작성해 봅니다.
1주일 전(13일)으로 돌아가 보면, 11번가에서 이용하는 택배사가 몇 달 사용하지 않은 사이 배차 방향이 바뀌었는지 도착이 늦어져 밤 늦게 제품을 받았습니다. 패키징에는 본체, 패브릭으로 마감한 C to C 케이블, 유심 핀/스티커 들어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들어있는 간단한 구성입니다. 여담으로 알뜰폰 낭인 생활을 하다보니 새 USIM을 구입할 때마다 핀을 하나씩 끼워 줘서 잡동사니 서랍에 두자릿수의 탈거 판이 들어 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말씀드린대로 블랙을 구입했는데, 매트한 마감 때문인지 13의 미드나이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왜 리뷰어가 왜 iPhone 7 매트 블랙과 비교했는지 알 것 같더군요. 이후 리셀러에 가서 예약 직전까지 고민했던 블루 색상을 보고 왔는데, 공식 렌더링이나 리뷰어 사진/영상보다 더 화이트 느낌이어서 좀 당황했습니다. 매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조명 부족 떄문은 아니었을텐데-쓰면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조명 과잉이어서 흰색으로 보이나 싶기도-어쨌든 블랙을 고른 데 대한 후회는 없어졌습니다.
13 대비 스펙상으로는 무게가 2g 늘었지만(각 171,173g) 양 손으로 들어 봤을 때 느낄 수 있을만큼의 차이는 아닙니다. 이전 직각 외형일 때에도 손이 불편하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옆면을 살짝 깎아놓은 걸 자랑할 정도는 될 만큼 그립 향상에 도움이 되더군요. 6~8 라인업에서 보였던 곡선처리는 철제 비누냐는 불호 의견이 있었던 걸 기억하면-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이 정도로 곡면은 그만큼의 반발 의견을 없을 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상자 후면 스티커에 따르면 2023년 10월 생산분이지만 10월 4일에 iOS 17.0.3이 출시된 탓에 데이터 전송하려면 업데이트부터 먼저 시켜야 했습니다. 바로 업그레이드해 버전을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전시품을 보면 원래는 17.0.2가 설치되어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항상 iPhone 간 마이그레이션은 iTunes 경유한 백업 암호화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iOS 마이그레이션 툴에서 USB-C to Lightning 유선 연결도 지원한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이 쪽을 시도해 보았습니다(정확히는 유선 연결은 iOS 12 부터 지원했지만, 이전까지는 Lightning to USB 동글이 있어야 해서 보통 사람은 할 일이 없었을 뿐이지만요). 건강 정보까지 모두 넘어오는 걸 보면 한 대만 작업할 때에는 그럭저럭 쓸 만하겠더군요.
iOS 백업-복원은 견실한 편이지만, 금융 프로그램은 별도 루틴으로 기기가 바뀌었다는 걸 감지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새로 인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예전처럼 공동인증서를 하나하나 복사해줄 필요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전히 Dynamic Island가 기믹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대체 내가 재생하고 있는 미디어 앨범아트 픽셀을 왜 봐야 하는지?), 타이머 설정했을 때 어디서도 볼 수 있는 건 편하더군요. https://t.co/RYRAKF9D5m pic.twitter.com/GBGs7IIEQZ
— Paranal (@nagato708) October 19, 2023
Dynamic Island는 하루이틀 정도는 어색했지만 1주일이 지난 지금은 이전 센서 하우징처럼 그렇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전과 달리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클릭할 수 있어서 최상단으로 스크롤할 때 해당 영역을 피해야 하는 건 아직은 하루에 한 번 정도 실수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타이머 남은 시간 보여줄 때에만 쓸모 있는, (비운의) 3D Touch만도 못한 기믹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카메라같은 경우에는 작년 14 Pro에 처음 추가된 48메가픽셀 센서를 물려받았습니다. 기본적으로는 24MP 크기로 촬영하지만 설정에서 12MP로 줄이거나 센서와 1:1인 48MP로 확장할 수도 있어. 다만 48MP의 경우 Pro 라인과 달리 ProRAW로는 찍을 수 없고 JPG로만 촬영할 수 있더군요.
iPhone 15 카메라에도 ‘2x’ 버튼이 추가되었는데, 이론적으로는 크롭이지만 알고리즘을 거치는지라 단순히 24MP 파일을 자른 것보다는 화질이 나은 듯. pic.twitter.com/mQ1RDxIhB3
— Paranal (@nagato708) October 15, 2023
렌즈는 여전히 두 개이지만 일반 라인업 카메라에 2x 모드가 추가되었는데요. 메인 센서에서 크롭해 12MP 파일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내가 자르는 것과 뭐가 다른데? 싶어서 비교해보니 이미지 프로세서가 후처리를 별도로 하는지 일반인의 눈으로 보아도 단순 크롭보다는 나은 느낌이더군요. 여담으로 Pro에도 이런 식의 크롭으로 '7종류의 렌즈'가 있다고 기술적으로는 사실인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요즘 스마트폰은 후처리라는 명목으로 사진에 있는 물체를 새로 그려내는 수준이다보니 이 정도는 양반이라는 느낌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짐작하셨겠지만 첫 인상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기술 평론가들은 120Hz가 없다, USB 2 속도만 지원한다 말이 많지만 그네들은 논란이 끌어오는 클릭과 시청 시간이 없으면 먹고 살 수 없는 집단이니 소비자가 적당히 걸러 들을 수밖에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후면 무광 마감이 시간에 따라 닳아버리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는데 그냥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p.s. DSLR이 고장난 이후 제 메인 카메라가 iPhone이 되었는데, 다른 때에는 괜찮지만 iPhone 리뷰할 때에는 본인을 찍어줄 수도 없으니 참 곤란하네요. 마지막에 첨부한 사진은 iPad Pro(11" 2세대)로 촬영했는데,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본체 사진이 없는 것도 이상해 이걸로 갈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