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CY는 비싼 유선 이어폰도 못 살것 같은 가격대(1만원~2만원대)에 무선이어폰과 헤드폰을 말 그대로 찍어내서 '월간 QCY'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인터넷에서는 유명해졌죠. 개인적으로 AirPods을 만족하며 쓰고 있어서 이 쪽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가끔 에어팟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무선 이어폰은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QCT는 어떤가 물어볼 때가 있어 대체 어느 정도인가 확인해보고 싶어서 제품을 주문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인이어 이어폰에는 심리적 거부감이 있어 오픈형도 만드나 찾아보니 T20이라는 제품이 있더군요. 나름 평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8월 8일 주문했습니다. 요즘 환율 변동이 커서인지 알리익스프레스나 Qoo10에서 주문하는 것보다 한국 오픈마켓 수입상이 더 저렴하더군요(약 1만8천원).
14일 세관 입고되어 18일 출고되었으며 19일 도착했으니 11일만에 수령한 셈이네요.
생긴 건 노골적으로 오픈형 AirPods을 '벤치마킹'한 형태인데 굳이 검정색으로 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구성품은 충전기/본체와 유닛, 설명서(중국어/영어), USB-A to C 케이블입니다. 분리수거함에 넣기 전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렸지만, '종이빨대'의 시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통적인 플라스틱으로 단단하게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본체의 경우는 QCY 쪽이 좀 더 조약돌 감성. 1세대부터 피젯토이로 완벽했던 AirPods과 달리 QCY 케이스는 뭔가 어설픈데, 뚜껑을 사용자가 끝까지 제껴줘야 한다는 느낌? 내부의 경우 유닛 '막대'를 꽂는 방향이 AirPods은 바깥쪽, QCY는 안쪽이어서 묘하게 헛갈려. '부끄러운' 로고로 로고를 없앤 버전이 더 인기있는 제품이라는 밈이 있을 정도인데, 여기는 본체 뒷면 힌지에 찍혀있어서 걱정없어.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다이소같은 데서 파는 n천원 대 오픈형 이어폰도 EarPods 모양을 따라한 게 있어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저런 이유로 올해 두어번 구입했는데 다들 비슷하게 생겼지만 세부 디테일은 다르게 베낀 걸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물론 음질은 전혀 다릅니다만).
에어팟 3세대와 유닛 비교샷. 정말 비슷하게 생겼습니다만 몰딩까지 훔쳐온 건 아닌지 귀에 끼면 촉감으로 느껴질 정도로 착용감이 다릅니다(제 귀 기준으로 둘 다 불편하지는 않음). 다만 3세대 모양에 가깝기 때문에, 만약 바뀐 AirPods 모양이 불편했다면 이 쪽도 똑같이 불편할 듯 합니다.
연결하면 개별 유닛 배터리 상태는 iOS 기준 블루투스 연결 아이콘 옆에 작게 띄워주지만, 본체 배터리는 자체 LED 외에는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하여도 확인할 방법은 없는 모양이더군요.
으레 이런 제품이 그렇듯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불편합니다. 유닛을 '때려서' 조작하는 방식 자체가 호불호가 있는데, 터치 센서에서 비용 절감을 했는지 설명서에 나와 있는 정확한 위치(LED 하단)를 두드리지 않으면 인식이 절대 안 되더군요. 다만 위치만 정확하게 맞추면 세게 때릴 필요는 없었습니다.
당연히 귀 탈착 자동 인식 센서는 없지만, 유닛 두 개를 본체에 집어넣으면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그 부작용(?)으로 듣고 있던 미디어가 정지되는 효과는 있어.
음질은? 아주 좋지나 않지만 그렇다고 '소리는 납니다' 수준도 아닙니다. 딱 가격 순서대로 AirPods 3세대보다는 별로지만 다이소 유선 이어폰보다는 좋더군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시선에서 설명하자면 AirPods과 비교했을 때는 음악이 MR이 반쯤 삭제된 느낌으로 보컬이 조금 과하게 떠오르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다만 그런 특성 때문이 사람 목소리 위주인 팟캐스트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해 AirPods과 계속 바꿔가며 들어봐도 큰 차이는 나지 않더군요(다만 BGM이 등장하면 바로 티가 남).
싱크의 경우 블루투스 보정이 없는 윈도우 PC에서는 게이밍 모드(오른쪽 터치 세 번)을 하지 않으면 티가 날 정도로 싱크가 밀리는데, 게이밍 모드를 켜면 AirPods을 PC에 연결할 때보다도 덜 밀리는 느낌입니다. iOS에서는 의외로 게이밍모드 비활성화 상태에서도 AV 싱크가 PC처럼 밀리지는 않더군요.
참고로 가격을 보고 짐작하셨지만 멀티페어링은 미지원합니다(애초에 QCY 중에 이를 지원하는 제품은 적다는 모양). 편법으로 마지막으로 연결한 기기에서 수동으로 연결을 끊은 뒤 다른 기기에 연결시키면 장치를 오고갈 수는 있습니다.
이 글으 시작하면서 AirPods '벤치마킹'한 디자인 때문에 검은색을 샀다고 했는데, 어지간하면 흰색으로 사는 걸 추천합니다. 검정색 무광 케이스의 특성상 지문/손기름이 금방 올라와 시도 떄도 없이 닦아줘야 합니다. 물론 열심히 닦지 않으면 '원본'인 AirPods도 남이 만지기는 부담스러운 상태가 되지만 최소한 티는 덜 날 테니까요.
'AirPods과 가격 차이가 10배인데 그만큼의 경험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은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소리만 나면 만족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기기 같지만 멀티포인트/페어링 불가, 조작 불편 때문에 오히려 기기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기는 애매한 점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AirPods의 iOS식 자동 핸드오버도 나름의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 반면 그런 문제를 잘 회피하거나 참고 쓸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기기병'도 함께 겪고 있을테니 이 정도 음질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요.
개인적으로는 내가 작은 액세서리를 잘 잃어버린다-혹은 이미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면-QCY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커뮤니티 농담으로 출근/등교할 때 QCY 유닛을 떨어뜨리면 그걸 줍느라 지각하느니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저렴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