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은 집이나 사무실, 학교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제품이어서 일종의 '배경화면'처럼 느껴지지만 이 쪽도 파고들기 시작하면 바닥 없는 토끼굴이더군요. '데스크 셋업'이 유행하면서 고용량 저발열(애초에 어댑터도 아니고 콘센트만 있는 멀티탭에서 발열이 그 정도로 나면 다른 문제가 생길 것 같지만)을 명분으로 한 개에 5만원이 넘는 알루미늄제 제품도 제법 있더군요.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에서는 멀티탭 사용 권장 기한을 2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포 마케팅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더군요. 다만 양 쪽 모두 멀티탭 안에서 부품이 굴러다니는 소리가 나거나 식별할 수 있는 손상이 있을 경우에는 교체하는 게 맞다는 데에는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내더군요. 또한 먼지로 인한 합선도 상존하는 위협인만큼 가능하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여분 콘센트는 막아 두는 걸 추천하고요.
그래서 올 초, 본가에서 손이 닿는 모든 멀티탭을 교체했습니다. 굳이 '손이 닿는'이라는 수식어를 단 이유는 쉽게 옮기기 어려운 가구(책장 등)로 콘센트를 막아버리기 전 연장선을 빼 놓은 케이스가 몇 개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필요한 제품을 확인해 인터넷에서 한국산 16A짜리로 바꿨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창문 너머 들어온 직사광으로 누렇게 변한 제품을 계속 쓰는 것보다는 낫겠죠.
이미 반 년도 더 지난 일을 이제 와서 블로그에 쓰는 이유는, 이번 주에 '비싼' 멀티탭을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그 계기는 재밌게도 선풍기 때문이었는데, 사정 상 선풍기 한 대를 여러 장소에서 돌려쓰는 상황이라 평상시보다 콘센트에서 케이블을 뽑았다 끼우는 일이 많아지더군요. 그러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원터치로 케이블을 뺄 수 있다는 '부엉이 클릭탭'이 떠올랐습니다.
해당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가장 저렴한 2구 1.5m가 2만원대여서 '정말 사?' 하며 자문했지만 이것보다 더 쓸데없는 제품도 충동적으로 사는데...라는 이상한 자기합리화로 구매 버튼을 눌렀습니다(마침 월초여서 카드 오픈마켓 할인 한도도 남아 있었고요).
처음 제품을 받았을 때 확실히 가격만큼의 만듦새는 있다고 느꼈습니다. 적당히 무게도 있고, 외장 플라스틱도 (조금 과장해) 손으로 잡을 때마다 뒤틀리는 소리가 나지도 않았고요.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먼지가 유입되지 않도록 구멍을 막아주는 디테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눌러서 콘센트를 탈착하는 건 제법 신기하고 편해서 왜 바이럴 수준으로 칭찬이 많은 이유를 알겠더군요. 저는 의식해서 '몸통' 부분을 잡고 빼지만 콘센트에서 뺄 때 케이블 쪽을 쑥 잡아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그런 사람들에게는 안전성도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 멀티탭 치고는 너무 비싸서 반 년 전에 이미 이 제품을 써 봤더라도 모두 이 제품으로 교체하지는 못했겠지만, 사람 손이 많이 닿는 한두 곳에는 비치해 두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