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다음 사내독립기업으로 좌천시켜
어제(5월 4일), 카카오가 포털 사이트 다음을 15일자로 사내독립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공식 채널에서는 매각 등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장삼이사가 봐도 '유배' 보내겠다는 속셈이겠지요. 2014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해 '다음카카오'가 될 때에도-2015년 카카오로 재변경-서류상으로는 상장사인 다음이 카카오를 합병했지만 (구) 다음-카카오 대주주 지분 분배 등을 보면 카카오가 우회상장을 위해 다음을 역인수한다는 게 중론이었으니까요.
다만 2000년대에 피크를 친 전통적인 포털의 미래가 없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토사구팽이라고 마냥 카카오를 탓하기도 미묘한 부분이 있다는 건 짚고 넘어가야겠지요. 같은 날 발표된 카카오 2023년 1분기 실적을 보면 다음 등이 포함되어 있는 포털비즈 부문을 보면 이번 분기 실적이 8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전 분기 대비 15%가 떨어졌고 카카오 매출 전체 비중으로 보면 한자릿수 정도의 기여밖에 하지 못한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다음 블로그를 티스토리에 흡수통폐합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는데, 이번 '유폐' 소식을 보고서야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겠더군요. 다음 브랜드가 아예 제품명에 박혀 있는 '다음 블로그'와 달리 티스토리는 다음 시절(2007년) 인수했을지언정 독자적인 브랜드로서 국내에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기 떄문이겠죠.
제 블로그는 2005년부터 잠시간의 시기를 빼고 거의 독자 운영을 해온지라... 이글루스가 망하고 티스토리가 흔들거려도 살아남는 진귀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면 오히려 쉽게 망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가 먼저 서비스 종료를 하는군요...
— 푸른곰 (@purengom) May 4, 2023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오는 6월 (저도 티스토리로 넘어오기 전 사용한 바 있는) 이글루스가 사라지면 전통적인 '블로그'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티스토리와 네이버 블로그 정도만 남게 되겠네요. 물론 1분짜리 영상도 길다고 느끼며 질문 몇 번만으로 개인 맞춤 요약 에세이를 써 주는 2020년대 지평선에서 바라보면 블로그도 유행이 두 바퀴는 지난 서비스이기 때문 티스토리도 언제 없어질 지 모를 일입니다.
다만 올 초 카카오가 자사의 롱폼 플랫폼인 카카오스토리, 브런치, 티스토리를 'story'라는 우산 브랜드 밑에 넣은 걸 보면 당분간은 뭔가 시도해 볼 모양이니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전망을 해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무라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