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좋아하는 작품 중에 TV 시리즈 "스타게이트"가 있습니다. 검색해보니 의외로 이 키워드로 이전에 글을 쓴 적이 없더군요. 시리즈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풀자면 별도의 글이 필요하니, 여기에서는 2015년에 올라온 외국 에세이를 링크하는 걸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롤랜드 에머리히가 감독한 동명의 1994년 영화 세계관을 바탕으로 SG-1(1997~2007년), 아틀란티스(Atlantis, 2004~2009년), 유니버스(Universe, 2009~2011년)로 총 세 종류의 TV 시리즈가 나왔죠. 2000년대에 케이블 TV에서 처음 SG-1을 보고서 보고는 참 매력적인 시리즈라 생각해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작품도 챙겨보고,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도 했었죠.
최근 미국 미디어 회사에서는 뭐든지 스트리밍 서비스로 재포장하는 게 유행이라, '유니버스' 캔슬 이후로 조용했던 시리즈 제작사 MGM 이2017년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으며 야심차게 오리진이라는 프리퀄까지 내놓았지만 그렇게 썩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던 걸로 압니다.
10시즌짜리 작품이니 한 자리에 앉아서 다시 보기는 힘들지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한두개씩 다시 들춰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 작품이라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보기가 참 어렵더군요. 미국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전용 서비스나 Hulu가 스트리밍 판권을 갖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결제나 VPN 우회 등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차라리 물리 미디어를 사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VD 박스 세트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서기 2018년에 물리 미디어, 심지어 DVD 박스셋을 구입하려 하는지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 수도 있겠네요.
이후 시리즈인 아틀란티스와 유니버스는 블루레이 박스셋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SG-1'은 '90년대에 시작한 작품이다보니 7시즌(2003~2004년 방영)까지는 16/35mm 필름으로 촬영했고, 특수효과도 당연히 SD 방영 기준으로 붙였기 때문에 이 시리즈가 "스타 트랙"처럼 엄청난 팬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이상 현실적으로는 DVD에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제품 구입 이야기로 돌아가면, 다른 해외 '알뜰 딜'을 읽다가 아마존 US에서 구입할 때 유니온페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10만원 이상 사용하면 결제금액 10% 환급을 제공하는 행사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DVD 가격이 90달러 중반이니 딱 10만원을 넘는군요.
다만 제가 보유한 카드 중 유니온페이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1만원 할인받자고 연회비 1만원짜리 카드를 받을 수는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 카드사 중에서 모바일 카드를 받으면 연회비 1천원으로 유니온페이를 받을 수 있음을 주워 들었습니다.
원래는 삼성페이 등에 연결해 사용하는 의도이겠으나, 카드사 모바일 프로그램에서 카드 번호를 얻을 수 있으니 해외 온라인 결제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카드사에서는 추가발급이어서 영업일 기준 하루만에 모바일 카드 발급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바로 구입 버튼을 눌렀습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유니온페이로 결제 시 10% 할인 행사가 있음을 접해 연회비 1천원짜리 모바일카드까지 만들어 주문. 예전부터 벼르던 제푸인데, 최근 국내 무료배송 편입으로 배송비도 빠졌으니 기다린 보람은 있었네요. APEX 배송은 처음인데 큰 트러블이 없어야 할 텐데요. pic.twitter.com/tmHdMOJR5a
— 나가토 유키 (@nagato708) July 31, 2018
아마존 재팬도 이코노미 배송에서 APEX(ECMS)를 쓰는 걸로 아는데, 항상 DHL 특송배송만 받아봐서 해당 배송사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사흘째 트래킹 변동이 없어 배송사 측에 문의해봤더니 오늘 국내에 들어왔다며 국내 트래킹 번호를 주더군요. 관세청에서 찍어보니 방금 목록통관됐군요. pic.twitter.com/vcsnypApK7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ugust 3, 2018
트래킹 변화가 없어 불안한 마음에 검색해 보니 보통은 ECMS 측에서 (아마존에 넣은 로마자 주소와 별개로) 한글 주소를 입력해달라는 메일이 온다던데, 저같은 경우에는 따로 통보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배달은 제대로 왔지만, 한진택배 송장에 찍힌 한글 주소에서 건물명이 요상하게 바뀌기는 했더군요.
아마존 발 패키지 도착. 엄청나게 큰 상자에 공기쿠션까지 넣어놨더군요. 정작 DVD는 상자도 없이 개별 상품을 테이프로 묶어 놨더군요. pic.twitter.com/ribtm4c2K9
— 나가토 유키 (@nagato708) August 4, 2018
상자 레이블이 두 종류 붙어있는 건 위에서 설명했듯 미국-한국 배송을 책임진 ECMS(한국으로는 싱가폴항공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더군요)와 국내 배송을 맡은 한진택배가 각각 별도의 코드를 쓰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묶음(Bundle)'이기 때문에 "박스셋"류의 으리으리한 겉면은 없습니다. 콜렉터가 아닌 감상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 쪽이 가격이나 부피를 생각할 때 나쁘지 않죠. 각 DVD 개별 포장도 있기 때문에 모든 포장을 뜯고 나면 작은 휴지통 하나는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쓰레기가 나옵니다.
크레딧을 보면 20세기 폭스사가 명시되어 있는데, MGM이 미디어 배급권을 이 쪽에 주었던 모양입니다. 참고로 아마존 설명 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묶음은 2015년에 등재되었지만 DVD 패키징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은 2010년인 걸로 보아 이전의 세트를 재조합(아마도 DVD 발매 영화와 합쳐서?) 한 걸로 보입니다.
DVD 케이스는 만듦새가 좋습니다. 각 시즌 당 5장의 DVD가 들어 있음에도 보통 쥬얼케이스보다 약간 두꺼운 정도입니다. 배송을 기다리면서는 따로 책자형 CD 케이스-요즘도 그런 걸 파는지 모르겠지만-를 사는 것도 고민했는데, 오히려 이 쪽이 차지하는 공간이 작겠더군요.
다만 (전체샷 상단에 있는) DVD로 바로 출시한 극장판 듀오는 최대한 플라스틱을 아낀 케이스여서 손으로 잡으면 전체가 울렁거릴 정도입니다. 커버 이미지나 DVD 인쇄 품질도 예전에 프로모션용으로 주던 DVD 수준이고요. 워낙 마음에 들지 않아서 먼지만 먹고 있던 슬림 주얼케이스에 옮겨 담았는데, 분리수거함에 넣기 전에 그 웃긴 케이스를 찍어놓지 않은 게 아쉽네요.
개별 DVD에 데해서는 크게 언급할 게 없습니다. 지역코드가 미국 제품이니 1번이므로 우회 작업이 필요하는 것 정도? 시즌마다 추가 영상/코멘터리 밀도가 다른데, 교차검증을 한 건 아니지만 리패키징되기 이전의 개별 DVD를 그대로 옮겨왔다고 추정해 봅니다.
블루레이는 미국/일본/한국 모두 지역 A에서 우회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요. 여담으로 DVD를 재생해본 지가 하도 오래 되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현재 설지한 ODD는 지역코드 2번(일본)으로 되어 있더군요.
혹시 이 세트로 처음 시리즈를 감상하시려는 분이 계실까 해서 추가해두자면, SG-1 시리즈 한국어 자막은 존재합니다. 다만 대부분 해외 방영 당시 올라오는 TVrip 싱크를 바탕으로 작업했죠. 잠깐 검색해보니 해당 자막을 바탕으로 DVDrip에 맞춰 조정한 자막 묶음이 있던데, DVD 재생에 사용하는 VLC 문제인지 DVDrip과 DVD 원본과의 차이 때문인지 싱크가 맞지 않더군요. 그래서 자막 없이 보거나, 정 아쉬울 때는 영어 클로즈드 캡션을 켜고 보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시리즈 전체 DVD를 리핑해서 자막 싱크를 맞춰 하드디스크에 보관하거나, 케이블 방영 시에는 HD 화질이었던 8시즌 이후는 방영분을 구해서 고화질을 추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정도까지 하려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일단은 그냥 DVD에서 바로 보는 걸로 만족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