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외국에서는 iPhone X 판매가 시작됐고 한국에서는 iPhone 8/8 Plus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언론의 관심은 X에 쏠려있다보니 8은 상대적으로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더군요. 멀리 가지 않고 국내 커뮤니티만 보아도 해당 시기에 8 예약보다는 해외에서 X 배송대행하는 법이나 출시 후 현지 물량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 달의 간격을 두고 X과 8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 8이 현 상황에서 더 좋은 선택이라 결론내렸고, 8 판매 첫 날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41주차(10월 둘째주) 생산분이어서 iOS 11.1 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복원을 위해서 먼저 업데이트부터 해야 했습니다.
* 왼쪽부터 iPhone 6, 6s, 7, 8 상자.
상자 내용물은 대동소이한데 심지어는 라이트닝-3.5mm 젠더도 2년째 제공합니다. 다만 포장지가 달라졌는데, 기존의 밀봉 포장 대신 애플이 악세서리 포장 등에 쓰던 탭을 잡고 밑에서부터 떼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말로 설명하니 복잡한데, 첨부한 iPhone 8 언박싱/리뷰 영상을 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포장 개봉은 48초부터)
여담으로 iPhone은 2009년 3GS 출시 이래로 항상 기본 모델을 구입해 왔기에 오랫동안 16GB 제품을 사용해 왔는데 2016년 iPhone 7에서는 같은 가격에 32GB, 올해는 인상된 가격으로 64GB를 구입하게 된 게 재밌네요.
7이 매트 블랙이었기 때문에 이번 8은 실버를 선택했습니다. iPhone 6 이후로 호사가들의 불평 중 하나가 iPhone 디자인이 "똑같다"는 건데, 이번에는 뒷면이 유도식 충전 때문에 유리 재질로 바뀌어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변화를 눈치채기 쉬워졌습니다.
뒷면 발색은 전면 디스플레이 테두리의 흰색과는 조금 다른데 표현하자면 미색에 가깝습니다. 그 때문에 도기 느낌도 조금 있고요. 뒷면에 법적 규정으로 새기던 글자가 매 년 줄어드데, 작년 7까지는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가 새겨져 있었습니다만 올해는 "iPhone"이라 쓴 것 외에는 글자가 없네요. 참고로 올해 출시한 iPad 프로 10.5인치는 하단에 모델명과 일련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에는 투과율 등의 문제로 잘 깨지는 유리를 사용하고 있음을 아쉬워하는 입장에서, 차라리 플라스틱이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5c를 보면 싸 보이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를 만들 능력도 있을텐데 말이죠.
무게도 약간 무거워져 148g입니다. 138g인 7과 비교하면 +10g(7%), 143g인 6s와 비교하면 +5g(3%) 증가했죠. 7에 케이스를 끼운 상태가 기본 무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래 케이스를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 한 달은 7에 케이스를 쓴 상태로 사용하다 케이스 없는 8을 사용하니 그렇게까지 전환이 크게 느껴지지지는 않더군요.
iPhone 8은 7 보다 .mm 단위지만 큰데, 기존 케이스도 호환되네요. 조금 빡빡하기는 합니다. pic.twitter.com/QOSag6n8iQ— 나가토 유키 (@nagato708) November 10, 2017
iPhone 8은 7 대비 mm 단위로 크지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7용 가죽 케이스와 Playproof 케이스도 잘 들어갑니다. 애플과 라이노실드 모두 7/8 공용 제품을 팔고 있기도 하고요.
디스플레이에는 한동안 iPad에만 들어가 있던 트루톤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용해 본 사람들은 돌아갈 수가 없을 정도로 좋은 기능이라고 합니다만, iPad 프로에서는 생각보다 불편해 현재는 꺼 놨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장소가 자연광과 인공광이 동시에 들어오는 곳이여서인지 센서가 어느 장단에 맞출 지 몰라 30초마다 색온도가 바뀌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iPhone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일관된 광원에서 사용할 때가 많을테니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iPhone 7부터 채용한 스테레오 스피커는 만족스럽습니다. 8은 7 대비 최대 음향을 25% 더 확보할 수 있는걸로 아는데, 이제는 작은 방 하나는 채울만한 소리가 나네요. 몇 년 전에 이어폰을 끼지 않고 팟캐스트를 듣기 위해 조그만 블루투스 스피커를 샀는데, iPad와 iPhone 모두 내장 스피커가 개선되면서 이제는 정말 가끔씩만 사용하고 있네요.
기기교체 전에 서로를 찍은 iPhone 7과 8. 작업하다 말고 슥 촬영했더니 본의 아니게 저조도에서 촬영했네요. pic.twitter.com/CDkfmam9qk
— 나가토 유키 (@nagato708) November 4, 2017
10년 전 구입한 니콘 D80은 아직도 잘 쓰고 있습니다. 주로 실내에서 제품 사진만 찍고 있지만요. pic.twitter.com/BiG6jSxLW8
— 나가토 유키 (@nagato708) November 6, 2017
카메라의 경우에는 몇 년 전부터 주로 촬영하는 환경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품질 차이를 감별할 수 없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딱히 덧붙일 말은 없습니다. 이미지 프로세싱 성능 개선으로 HDR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기본 설정인데, 지난 주말 야외 촬영을 해 본 바로는 예전보다 판단은 잘 하더군요.
올해 iPhone 라인업은 USB-PD 충전기를 이용하면 50%까지는 급속 충전을 제공합니다. iPad 때문에 구입한 29W 충전기와 연결해 보니 배터리가 낮은 경우 12W 이상을 당겨오기는 합니다만, 9to5mac 테스트에서 볼 수 있듯이 가격을 생각하면 급속충전만을 위해 구입할만한 이득은 없습니다.
처음 말했듯 내년의 기술을 올해로 가져온 iPhone X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2년 이상 업그레이드는 물론이고 년 단위로 비교해도 결코 세간의 평처럼 지루한 업그레이드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 2017-11-08 수정 (급속 충전)
* 2017-11-10 추가 (7과 케이스 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