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독서대 이야기

Paranal 2022. 3. 7. 09:07

2009년 영등포 교보문고 개점 기념 사은품으로 받았던 독서대를 10년 넘게 사용했습니다. 해당 매장이 개점 10년이 지나 2019년 리뉴얼 재개장했을만큼 오래 전 일이네요. 한국에 iPhone 3GS도 출시되기 전이어서 아쉽게도 수령 시 인증샷은 없고, 그나마 새 제품이었던 2010년에 배경으로 나온 사진으로 갈음하겠습니다.

휴대성 외에는 장점이 없는 플라스틱이나 1년만 지나면 끝 부분이 떨어져 피젯토이 대용이 되는 나무 시트지가 아닌 제대로 된 나무여서 10년 넘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다고 10년 넘게 쓰다 보니 손때도 많이 타고, 책 고정 클램프는 완전히 기능을 상실해(첨부 사진은 2017년 촬영)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무용품점에 가서 독서대를 살펴봐도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어 지금 사용하는 제품이 아예 못 쓰게 될 때까지 써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2020년 모종의 이유로 급하게 새 독서대를 구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배송을 기다릴 상황도 아니어서 근처 문구점-얄궂게도 해당 문구점은 같은 해 폐업-에서 가장 그럴듯한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인용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반 독서대보다는 조금 큰 크기(얹혀 있는 책의 크기는 148*215mm)로, 11" iPad Pro를 세로로 배치해도 튀어나오는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들고 다니기는 좋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자리에 고정해놓고 쓰기 때문에 큰 책까지 든든하게 잡아준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다만 책 고정 클램프 고정부를 나사가 아닌 나무와의 마찰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두꺼운 책을 끼우면 고정부가 바깥쪽으로 힘을 받아 조금씩 밀려나오는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별 수 없이 밀려나올 때마다 주기적으로 엄지로 꾹 눌러주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클램프의 탄성이 지나치게 강해 책 하단에 동그란 찍힘 자국을 만드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래서 대형 오프라인 사무용품점을 일부러 들러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읽지 않는 책 매각을 위해 방문하는 중고서점 상품 판매 구역에서 적어도 첫 인상은 괜찮은 독서대를 발견했습니다.

이번 제품은 국배판 크기의 책을 커버할 수 있는 평범한 크기입니다. 뒷판도 코팅 없이 나무 재질을 살려서 마음에 들었고요. 또한 이전 제품에서 불만이었던 고정 클램프도 나사를 이용해 책은 잡아주지만 종이에 상처는 내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탄성력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예상치 못한 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 생각했지만 하드커버 책등 아래쪽이 틈 사이로 쑥 빠지는 걸 보고 '이건 아닌데' 싶어 책 얹는 부분과 뒷판 사이 틈을 줄자로 측정해보니 새 독서대는 기존 제품 대비 2~3mm가 넓었습니다.

결국 새 독서대 구입 이후 잡동사니 보관함에 치워두었던 대형 독서대를 다시 소환했습니다. 클램프가 책을 찍는 단점은 평상시에는 책갈피로 읽은 위치 표시를 대신하는 걸로 우회하고, 반드시 책 고정이 필요할 때에만 새로 산 제품을 꺼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