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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생각나는 오피스텔 일화

category 잡설

올해 여름이 유달리 더워 여러 이야기가 나오니, 몇 년 전에 살았던 원룸형 오피스텔 일화가 떠오르네요. 원룸 자체는 특이사항은 없었는데, 창문 방향이 서남향에 가까운 서향이었습니다. 해당 방향으로 주 창문이 향한 건물에 근무하거나 거주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석양이 끝내주게 잘 들어오죠. 여름에는 (표현 그래도) 유리온실이 되는 겁니다. 역으로 겨울에는 장점이 되어서, 보일러나 수도관이 얼어 터지는 일은 없었지만요.

첫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1년짜리 계약 끝나면 당장 다른 방향인 건물로 옮겨야겠다고 툴툴거렸지만, 정작 갱신할 때가 되니 이런저런 이유가 생겨 결국 3년을 살게 됩니다.

그 건물에서 지낸 마지막 여름은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좀 더운 해였습니다. 원룸 특성상 작은 다용도실 안에 보일러와 에어컨 실외기, 물빠짐용 파이프 등이 구겨져 있기 마련입니다. 보일러나 실외기는 바깥으로 배출할 게 있으니 당연히 창문과 같은 서남향을 바라보고 있었죠.

거기까지는 별 이상할 게 없지만 다용도실의 한 면은 벽이 아니라 위쪽은 유리(보일러 토출 부분을 제외)로, 아래쪽은 실외기 앞에 상하 개폐식 루버가 있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그 결과 온실이 된 다용도실 안에서 뜨끈하게 달아오른 실외기 때문에 에어컨에서 신통찮은 송풍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에어컨도 창문 쪽에 가까워 냉풍이 창틀 식히는 게 다 쓰이는게 아닌가 싶었으니까요.

당시에는 그냥 월세 장사하는 오피스텔이 다 그렇지 뭐, 하면서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생각해보면 설계 미스인 것도 같네요. 퇴거절차 밟으면서 관리소장님께 슬쩍 이야기를 해 봤더니 안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고 솔직하게 답해 주시기도 했고요. 당시에 빈 방에서 소장님과 직원분 둘이서 다용도실에 암막 커튼을 다는 것까지 볼 수 있었는데, 올해 그 건물에 사시는 분은 안녕하실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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